[사설]與 김희옥 비대위원장 ‘친박 패권주의’ 청산할 수 있나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28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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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이 김희옥 전 공직자윤리위원장을 혁신비상대책위원장으로 내정했다. 17일 정진석 원내대표의 비대위원장 겸임과 혁신위원회 출범을 추인할 전국위원회가 무산된 뒤 열흘 만이다. 새 비대위원장은 8월경 전당대회에서 새 지도부가 선출될 때까지 사실상의 당 대표다. 혁신위를 따로 차리지 않는 대신 혁신을 통해 여당을 재건하는 임무까지 맡았다. 내달 2일 전국위 추인 절차가 남아 있지만 친박(친박근혜)이 추천했다니 지난번처럼 무산되는 일은 없을 것이다.

김 내정자는 “목적이 정당하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혁신해야 한다는 것이 나의 소임”이라며 강하고 획기적인 쇄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외부 인사여서 계파와 무관하다는 것이 장점이다. 그러나 친박의 추천을 받은 그가 혁신의 적임자인지는 알 수 없다. 새누리당은 영입 이유로 청렴과 원칙을 지키는 소신, 경륜을 들었지만 검찰 출신인 김 내정자는 정치 근처에 와 본 적도 없다. 그런 사람이 온갖 정치적 술수가 난무하는 정당의 개조 작업을 성공적으로 해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우리 정치사에서 외부 인사가 정당 수술의 책임을 맡아 나름 성공한 사례는 더불어민주당의 김종인 비대위 대표가 거의 유일하다. 정치적 경륜과 강단에 공천이란 칼자루를 쥐고 있었기에 당의 골칫거리인 친노(친노무현) 운동권을 상징적이나마 제압할 수 있었다. 하지만 김 내정자는 능력도 검증되지 않은 터에 그런 수단조차 갖고 있지 않으니 무슨 수로 친박의 패권주의와 비박의 불평불만을 제어할지 모르겠다.

새누리당이 진실로 총선 참패를 반성한다면 친박과 비박이 계파 해체를 선언하고, 일체의 기득권을 버린 뒤 혁신의 칼날 위에 서기를 자청해야 한다. 김 내정자는 김종인 대표의 영입 첫날처럼 “친박 패권주의는 어렵지 않게 해결할 수 있다”고 천명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각오 없이 ‘혁신비대위’를 만들고 김 내정자를 영입했다면 국민은 친박 당 대표를 등극시키기 위한 ‘전당대회 준비위’로 읽게 될 것이다.
#새누리당#김희옥#비대위원장#정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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