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기’

  • 스포츠동아
  • 입력 2016년 5월 24일 05시 45분


전북현대 최강희 감독. 스포츠동아DB
전북현대 최강희 감독. 스포츠동아DB
“심판 매수, 스카우트 개인이 한 일이다”

비난 더 키운 대응…축구팬들 거센 성토


심판매수 소식을 접한 전북현대의 분위기는 하루 종일 뒤숭숭했다. 부산지검 외사부(부장검사 김도형)는 23일 배정경기 때 유리한 판정을 해달라는 청탁과 함께 금품을 수수한 혐의(국민체육진흥법 위반)로 K리그 전직 심판 A와 B를 불구속 기소하는 한편 이들에게 각각 200만원과 300만원 등 총 500만원을 건넨 혐의로 전북 구단 스카우트 C도 함께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혐의점이 포착된 경기들이 벌어진 시점은 2013시즌이다. A와 B는 지난해 K리그 챌린지(2부리그) 경남FC로부터 유리한 판정에 대한 대가로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을 받아 1심에서 모두 징역형을 선고받았는데, 해당 수사의 연장선으로 밝혀졌다. C는 구단과 상의 없이 자신의 돈을 심판들에게 건넸다고 검찰에 주장한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의 수사 발표 타이밍이 ‘오비이락’이다. 공교롭게도 전북과 멜버른 빅토리(호주)의 2016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24일·전주월드컵경기장)을 하루 앞둔 날이었다. 23일 오후 전북 최강희 감독과 주장 이동국은 대회 규정에 따라 공식 기자회견에 참석해 결전을 앞둔 각오를 전했다. 수사 관련 질문이 나오진 않았지만, 불편한 기색은 역력했다.

전북은 이날 오후 보도자료를 통해 공식 입장을 내놓았지만,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기’라는 비난을 자초했다. 전북은 “해당 스카우트는 구단에 보고 없이 개인적으로 진행한 것”이라면서 “스포츠정신에 벗어난, 적절치 못한 행위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하며 심려를 끼쳐 드려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구단도 뜻밖의 사건에 큰 충격을 받았지만, 진실 규명을 위한 철저한 조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적극 협조해나갈 것”이라며 “금일부로 해당 스카우트는 직무가 정지됐고, 추후 검찰 조사 결과에 따라 추가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전북의 고위관계자는 “어제(22일) 처음 상황을 전달받았다”며 “재판 결과가 최종적으로 나오면 (스카우트의 신변처리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심판들에게 금품을 전달하라는 구단 차원의 지시가 이뤄진 적도, 내린 적도 없다”며 “불미스럽고 창피한 상황들에 대한 책임을 통감한다. 이번 사태로 실추된 구단과 모기업(현대자동차)의 이미지를 쇄신해나갈 생각이다”고 밝혔다.

당연히 축구팬들의 실망감도 크다. 온라인과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등 각종 축구 게시판에는 최근 K리그에서 꾸준히 좋은 성과를 거둔 전북을 성토하고 비난하는 내용이 줄을 잇고 있다. 전북의 공식 홈페이지도 갑작스러운 폭주로 한동안 마비됐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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