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커토픽] 못 뛰면<소속팀서>, 못 뛴다<대표팀서>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23일 경기도 파주 NFC 대강당에서 다음달 스페인, 체코와의 원정 평가전에 출전할 20명의 태극전사를 발표하고 있다. 주장 기성용을 비롯한 해외파 7명은 정식 소집에 앞서 자발적으로 NFC에 입소해 이날 특별 체력훈련을 소화했다. 파주｜김종원 기자 won@donga.com

■ 슈틸리케호 유럽 원정 평가전 명단과 발탁 배경

이청용·박주호·김진수 등 대거 제외
“득점력 미비” 황태자 이정협도 탈락
“옌볜 경기 인상적” 윤빛가람 첫 발탁

축구국가대표팀 울리 슈틸리케(62·독일) 감독은 다음달 1일(한국시간) 스페인, 5일 체코와의 2차례 유럽 원정 평가전에 나설 선수 20명을 23일 발표했다. 눈에 띄는 부분은 23명이 아닌 20명만 추린 점이다. 슈틸리케 감독은 이전까지 23명 안팎의 선수를 뽑아왔다. 그는 “대표팀을 이끌고 가는 첫 유럽 원정이다. 장시간의 비행 등 스트레스 속에 경기를 해야 한다. 가서 1분의 출전 기회도 없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골키퍼도 2명만 선발하는 등 20명으로 가기로 했다”고 이유를 밝혔다. 윤빛가람(26·옌볜 푸더)이 슈틸리케 감독 취임 이후 처음으로 대표팀에 합류했고, 이용(30·상주상무)과 윤석영(26·찰튼)은 오랜만에 태극마크를 다시 달았다.

● 원칙 벗어나지 않은 선발

소속팀에서 경기출전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선수들이 대거 제외됐다. 이청용(28·크리스털 팰리스), 김진수(24·호펜하임) 등이다. 박주호(29·도르트문트)도 부상으로 대열에서 이탈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이청용, 박주호, 김진수 모두 비슷한 상황이다. 3명의 선수는 이번 시즌 꾸준한 출전 기회를 받지 못했다. 출전 기회가 줄었을 뿐 아니라, 출전선수명단에서도 자주 빠졌다. 지난 소집 때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대표팀에 선발하기 힘들다고 얘기했는데, 그런 상황이 지속됐다”고 3명을 제외한 배경을 설명했다. 이들 대신 이용, 윤석영, 임창우(24·알 와흐다) 등 측면 자원을 대거 선발했다.

● 구자철의 대체자원으로 뽑힌 윤빛가람

윤빛가람은 슈틸리케 감독이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이후로는 처음 태극마크를 달고 A매치에 나설 기회를 잡았다. 그는 2012년 9월 2014브라질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우즈베키스탄전 이후 3년 8개월 만에 대표팀에 복귀하게 됐다. 슈틸리케 감독은 윤빛가람이 부상 중인 구자철(27·아우크스부르크)의 몫을 해주길 기대하고 있다. 슈틸리케 감독은 “윤빛가람은 제주 시절부터 계속 지켜봤다. 옌볜 경기도 2차례 봤다. 구자철의 공백을 메울 수 있는 좋은 선수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경기를 보면서 윤빛가람의 기량, 축구를 이해하는 센스 등을 종합했을 때 충분히 구자철의 대체자가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 ‘황태자’ 이정협의 제외

‘슈틸리케호’ 출범 이후 황태자로 불렸던 이정협(25·울산현대)은 이번 소집 명단에 포함되지 못했다. 이정협은 지난해 1월 2015호주아시안컵을 앞두고 깜짝 발탁된 뒤 대표팀 붙박이 멤버로 활약했다. 지난해 후반기 부상으로 잠시 제외됐지만, 올해 3월 레바논과의 2018러시아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경기에서 골을 넣으며 부활을 알렸다. 슈틸리케 감독은 “석현준과 이정협을 놓고 고민이 많았다. 석현준은 최근 출전 기회가 줄었으나, FC포르투라는 강팀에서 뛰고 있다. 현재 상태는 지켜봐야 하지만, 석현준을 발탁하는 쪽으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정협은 K리그에서 주말마다 지켜봤는데, 스트라이커 자원으로는 득점력이 미비해 이번에는 제외했다”고 냉정하게 평가했다.

파주 ｜ 최용석 기자 gty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