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훈숙-김인희-강수진과 한국발레 이끌자던 약속 36년 뒤 정말 지켰네요”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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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파 발레리나 1세대 허용순씨… 안무가로 대한민국발레축제 공연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36년 전 열여섯 살 소녀는 토슈즈만 들고 발레 유학을 떠났다. 낯선 타국에서 누구보다 열심히 춤을 배웠다. 그와 함께 유학 간 다른 세 명의 소녀와 이렇게 다짐했다.

“우리가 최고의 발레리나가 돼서 한국 발레를 이끌자.”

이 소녀는 지금 해외에서 알아주는 유명 안무가가 됐다. 허용순 씨(52·사진)는 한국 안무가로는 유일하게 세계 유수의 독일 뒤셀도르프발레단 등에서 안무를 맡으며 지속적으로 작품을 올리고 있다. 함께 유학한 소녀들도 한국 발레계의 핵심 인물이 됐다. 강수진 국립발레단 단장, 문훈숙 유니버설발레단 단장, 김인희 서울발레씨어터 단장이다.

허 씨는 13일부터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열리는 제6회 대한민국발레축제에서 본인이 안무한 ‘엣지 오브 서클’ ‘콘트라스트’(24, 25일) 등 두 작품을 무대에 올린다. 10일 예술의전당 연습실에서 만난 그는 유학 시절 얘기부터 꺼냈다.

“저와 훈숙, 인희, 수진이는 자는 시간도 아까울 정도로 연습했어요. 우리가 꿈꿨던 목표를 함께 이룬 것이 자랑스러워요.”

그는 1980년 서울 선화예고 재학 중 모나코왕립발레학교로 유학을 떠났다. 1983년 독일 프랑크푸르트발레단에 입단한 뒤 스위스 취리히발레단, 바젤발레단을 거쳐 뒤셀도르프발레단 수석무용수로 활동했다.

2001년부터 안무가의 길을 걷고 있는 그는 지금까지 33편의 작품을 만들었다. 독일은 물론이고 호주 미국 오스트리아 스위스 등에서 공연됐다. 그의 안무는 이야기가 있는 게 특징이다. 생활 속에서 소재를 찾는다. ‘콘트라스트’도 출장이 많은 그가 공항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여기에 현대적 색채를 씌워 ‘허용순표 안무’가 탄생한다.

“6년 전 독일에서 초연한 ‘로미오와 줄리엣’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세 시즌 연속 전회 매진이 됐어요. 2년 전 다른 곳에서 다시 무대에 올렸는데 역시 두 시즌 매진됐어요.”

그는 최근 해외 발레단에서 한국 무용수들에 대한 평가가 좋다고 밝혔다.

“한국 무용수들의 장점은 무대에서 열정적이고 개성이 뚜렷하다는 겁니다. 한국에서 작업할 때는 그만큼 수준이 높은 무용수가 많아 더 욕심이 나는 것 같아요.”

그는 이번 두 작품에서 발레뿐 아니라 현대 무용수와도 작업한다.

“스토리텔링이 되면서 발레의 아름다움과 현대무용의 자유로움을 섞은 작품을 만들고 싶어요. 제 작품을 보고 진한 여운이 남도록 하는 게 목표예요.”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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