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서 문재인 겨눈 김종인… “전북이 신뢰할 대권주자 준비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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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전당대회 시기 결정 앞두고 분란 가중
김종인 “낭떠러지서 제1당으로 만들어”… 총선 호남참패 책임론 정면 반박
문재인 “파도치는 날엔 낮게” 페북에 글… 당내 ‘8월말, 9월초 全大론’ 확산

“낭떠러지에서 떨어지려던 정당을 제1당으로 만들었더니….”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 격화되고 있는 ‘전당대회 연기’ 논란의 중심에 있는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2일 자신을 겨냥한 당 일각의 호남 패배 책임론에 거듭 불쾌한 감정을 드러냈다. 더민주당은 3일 20대 총선 당선자-당무위원회 연석회의를 열어 전대 개최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어서 당 내부 갈등이 고비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 뿔난 김종인 “이러쿵저러쿵하는 건 온당치 않아”

이날 전북 전주를 찾은 김 대표는 ‘호남 참패 책임론’을 정면 반박했다. 그는 기자간담회에서 “솔직히 낭떠러지에서 떨어지려던 정당을 두 달여에 걸쳐 선거에 임해 제1당으로 만들었다”면서 “일단 그걸 받아들이는 게 원칙이지 이러쿵저러쿵 얘기하는 건 온당한 처사가 아니다”라고 했다. ‘비례대표 셀프 공천’ 등에 대해서도 “당의 몇몇 분이 호남 참패의 구실을 (내게서) 찾고 있다”면서 “이런저런 얘기가 당에서 나오는 게 부끄러운 얘기”라고 반박했다.

이어 문재인 전 대표도 직접 겨냥했다. 김 대표는 “전북 민심이 신뢰할 수 있는 대권주자를 준비해야 한다”면서 “다수의 대권주자가 공정한 경쟁을 통해 전국적 지지를 얻을 수 있는 대선 후보를 만들기 위해 노력을 다하겠다”고 했다. 전남 무안에서는 전남지역 출마자들과 만나 “전남 패배의 원인은 당사자들이 너무 잘 판단할 거라 믿는다”며 “누구의 책임이고 아니고를 떠나 우리가 냉철해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최근 광주를 방문한 김 대표와의 면담을 거부했던 광주 시·구의원들은 이날 “현 지도부가 ‘셀프 공천’을 밀어붙여 호남 민심을 더욱 악화시켰다”면서 지도부 교체를 요구했다.

문 전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어제 지리산 둘레길을 걸었는데 일행이 우리 부부를 위해 준비한 시”라며 김종해 시인의 시 ‘그대 앞에 봄이 있다’를 소개했다. 이 시는 ‘파도치는 날 바람 부는 날은 높은 파도를 타지 않고 낮게 낮게 밀물져야 한다. (중략) 상처 받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으랴. 추운 겨울 다 지내고 꽃 필 차례가 바로 그대 앞에 있다’고 돼 있다. 몇몇 친노·친문계 의원은 이날 모임을 가졌지만 전대 개최나 원내대표 선출 등과 관련해 특정 의견을 모으지 않았다.


○ 논란은 ‘격화’, 선수는 ‘글쎄’


전대 개최 여부를 놓고 논란이 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당내에선 ‘8월 말, 9월 초 개최’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하지만 막상 당 대표 출마 의사를 명확히 밝힌 사람은 송영길 당선자밖에 없다. 차기 당 대표가 ‘실권 없는 시한부 관리형 1인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그럼에도 전대 개최를 놓고 논란이 거센 건 차기 대표가 경선 룰 결정권을 갖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지난해 2·8전대 당시 문재인 후보와 박지원 후보는 경선 룰을 놓고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결국 문 후보 측의 요구가 관철됐고 문 후보는 3.52%포인트 차로 이겼다. 당 관계자는 “호되게 당해본 친노(친노무현) 진영에서는 대선 후보 경선 룰 결정은 김 대표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맡기고 싶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주·무안=차길호 kilo@donga.com / 한상준 기자
#김종인#대권주자#더민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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