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원 FIS 부회장 “가리왕산 알파인경기장, 세계적 수준 활강 코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2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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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원 세계스키연맹 부회장(아시아스키연맹 회장). 2016년 2월 1일 오전 곤지암리조트에서 촬영.
이승원 세계스키연맹 부회장(아시아스키연맹 회장). 2016년 2월 1일 오전 곤지암리조트에서 촬영.
6일은 한국스키 역사에서 기억할 만한 날이다. 2018년 평창겨울올림픽 성공개최를 가늠할 28개 테스트 이벤트를 시작하는 날이기 때문이다. 그 첫 이벤트는 17개국 남자선수 84명의 활강경기인 ‘세계스키연맹(FIS) 아우디 월드컵’. 장소는 지난달 22일 개장한 정선 가리왕산의 알파인경기장이다. 이곳은 공정 62%로 아직 미완성. 그럼에도 이 이벤트의 의미는 크다. 환경훼손 논쟁과 행정절차 지연으로 공사가 8개월이나 늦어지며 행사 자체가 무산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은 최근까지도 부정적 견해가 팽배했습니다. 그렇지만 결국은 해냈습니다. 모두가 힘을 합해 포기하지 않고 노력한 덕분이지요.”

대한스키협회 회장을 연임(1986~1996년)했고 지금은 FIS에서 아시아대륙을 대표하는 부회장 겸 집행위원으로 일하고 있는 이승원 씨(84·아시아스키연맹 회장)의 말이다. 그는 정선 알파인경기장에 대해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산세를 잘 활용한 설계로 선수에게 도전의욕을 불러일으키면서(challenging) 최고수준의 기술까지 요구하는(demanding) 멋진 코스입니다. 숲에 둘러싸인 출발점도 선수들에겐 인상적일 겁니다. 유럽코스는 대부분 암반지대라 황량하거든요. FIS의 귄터 후야라 기술고문(64·독일)도 개장식 축사를 통해 세계적인 활강코스와 비견할 만한 훌륭한 코스라고 평가했습니다. 설계자인 베른하르트 루시 FIS알파인위원회 위원장(67·스위스)도 모든 면에서 아시아 최고라고 제게 말했고요.”

루시 위원장이 정선코스를 설계한 건 우연이 아니다. 이 부회장과의 오랜 인연이 그 끈이었다. “대한스키협회 회장으로 있던 1994년, 용평리조트에 국내 최초의 월드컵 코스(레인보 슬로프)를 개발할 때 초빙한 설계자가 루시였습니다. 그리고 이듬해 겨울올림픽 유치를 염두에 두고 활강코스를 물색할 때도 그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당시 상공의 헬기에서 유일하게 활강코스가 가능한 곳이라고 생각했고, 정상까지 함께 걸어 올라가 확인한 곳이 바로 이 가리왕산이었으니까요.”

루시는 스키어로도, 코스설계자로도 이름난 활강종목의 ‘살아있는 전설’. 1970년엔 월드챔피언십 챔피언, 72년엔 월드컵 챔피언과 삿포로 겨울올림픽 금메달리스트였다. 그리고 알베르빌, 릴레함메르, 나가노, 솔트레이크, 소치의 겨울올림픽 활강코스도 모두 그의 작품이다. 용평 레인보 코스 베이스에 있는 피니시 하우스에는 그의 이름이 붙어 있다. ‘루시스 월드컵 하우스(Russi’s World Cup House)‘라는 동판인데, 이 부회장이 여기서 치른 국내 최초 월드컵경기(회전, 대회전)와 그를 기념해 붙인 것이다.

“올림픽 개최의 핵심은 항구적으로 이어갈 ’유산(Legacy)‘을 만들어 내는 것입니다. 이 경기장은 아시아대륙 겨울스포츠의 허브로 기능할 강원도의 자산이자 국가적으로도 소중한 관광자원입니다. 그러니 우리 국민 모두의 위대한 유산이 될 것이라 확신합니다.”

스키 원로의 눈은 밝다. 2022년 베이징 겨울올림픽을 통해 대륙에 일어날 스키 붐을 예견하고 그 특수를 평창겨울올림픽의 유산을 통해 우리가 누려야 한다고 지적한다. 그러면서 이렇게 당부한다. “그 유산이야말로 우리의 자존심입니다. 그걸 지키려면 국민적 관심이 필요합니다. 그러니 6일과 7일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열리는 FIS 월드컵 활강경기 관전을 부탁드립니다.” 이 경기는 국내외 TV로 중계한다.

조성하 전문기자 summ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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