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삼성, 혁명은 계속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8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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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경영저널 ‘HBR’서 혁신사례 조명

세계적인 경영 저널인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는 9월호에서 삼성의 디자인 혁신 사례를 집중적으로 분석했다. 사진은 이 논문을 실은 HBR Korea 9월호 표지 이미지.
세계적인 경영 저널인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는 9월호에서 삼성의 디자인 혁신 사례를 집중적으로 분석했다. 사진은 이 논문을 실은 HBR Korea 9월호 표지 이미지.
삼성의 디자인 혁신 사례가 세계적 경영저널인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 9월호에 게재됐다. 삼성 케이스가 HBR에 실린 것은 2011년 이후 두 번째로, 우리나라 기업 가운데 HBR가 두 차례나 집중 분석한 기업은 삼성이 처음이다. 개별 기업의 사례보다는 새로운 경영 사상을 주로 전달하는 HBR의 특성을 감안하면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올해로 창간 93년을 맞은 HBR는 미국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에서 발행하는 경영 전문지로 블루오션, 파괴적 혁신, 공유가치창출(CSV) 등 경영계를 뒤흔든 어젠다를 제시해왔다. HBR 한국어판인 ‘하버드비즈니스리뷰 코리아(HBR KOREA)’는 한국 최고의 경영저널 DBR(동아비즈니스리뷰)를 만드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에서 펴내고 있다. 삼성의 디자인 혁신 사례 역시 HBR KOREA 9월호를 통해 영어 원본과 한글 번역본을 모두 볼 수 있다.

‘삼성은 어떻게 디자인 강자가 됐을까’라는 제목의 이 논문은 불과 20년 전만 해도 기술과 효율을 중시하는 관행에 사로잡혀 있던 삼성이 어떻게 디자인을 선도하는 위치에 올라섰는지 분석했다.

논문 저자인 유영진 미국 템플대 교수와 김경묵 삼성전자 수석디자이너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내부 디자이너를 교육하고 양성한 데서 그 이유를 찾았다. 1996년 이건희 회장이 디자인 역량을 키워야겠다고 결정했을 때 세계적인 디자이너 영입을 권하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이 회장은 내부 디자인 조직에 투자하는 결단을 내렸다. 그 덕에 삼성의 디자이너들은 내부 저항을 이겨내고 디자인 혁신을 관철시킬 수 있는 방법을 스스로 터득해 나갔다.

그 첫 번째가 ‘공감’이다. 논문 저자들은 ‘벤츠폰’으로 불리던 휴대전화 디자인 시안이 나왔을 때의 예를 들어 디자이너들이 조직 내 다른 부서와 공감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해야 하는지 강조했다. 당시 벤츠폰의 책임 디자이너는 업계 최초로 휴대전화의 외부 안테나를 없애려 했지만 단순히 예쁜 외관만으로는 엔지니어들을 설득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휴대전화 내부에 안테나 공간을 마련했고 전파 수신율을 높이는 방안도 고안해 엔지니어들을 설득했다. 이렇게 해서 1000만 대 넘게 팔린 벤츠폰이 탄생했다.

‘시각화’도 디자인 혁신의 중요한 수단으로 꼽았다. 갤럭시노트 출시 전에는 화면 크기가 5인치를 넘는 스마트폰은 상상할 수 없었다. 디자이너들이 5.5인치 제품을 내놓을 계획을 밝히자 “손에 쥘 수 없는 스마트폰을 누가 사겠느냐”는 반응이 많았다. 그러자 디자인팀은 실물 모형을 만들어 5.5인치 화면을 장착한 시제품을 선보였고 대화면 스마트폰에 반대하던 사람들은 실제 화면이 생각보다 크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마지막으로는 ‘시장에서의 실험’이다. 2003년 TV 디자이너들이 화면 양쪽에 붙어 있는 스피커를 숨겨버리자는 안을 내놓았을 때도 적잖은 논란이 일었다. 특히 스피커의 생명은 음질이라고 믿었던 이들은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디자인팀은 일단 유럽 시장에서 실험해 보자고 주장했고 결국 이 모델은 큰 인기를 끌었다. 이후 스피커를 감춘 디자인은 TV 제품의 표준이 됐다.

유 교수는 논문에서 “삼성은 지금까지 주로 하드웨어 디자인에 초점을 맞췄지만 최근에는 소프트웨어까지를 포함한 디자인 혁신을 꾀하고 있다”며 “삼성의 디자인 혁명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진단했다.

최한나 기자 h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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