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쏠림 심한 ELS, 원금손실 공포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8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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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증시 급락에 수익률 곤두박질

중국 증시의 ‘날개 없는 추락’이 계속되는 가운데 주가연계증권(ELS), 펀드 등 국내 금융투자 상품들의 중국 시장 의존도가 높아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중위험 중수익’의 대표주자로 뭉칫돈을 빨아들인 ELS는 원금 손실 공포가 고개를 들고 있다. 올해 판매된 ELS의 70% 이상이 중국 주가지수를 기초자산으로 담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중국 주식형펀드는 최근 3개월 수익률이 두 자릿수 마이너스로 곤두박질쳤다.

당분간 중국 증시의 ‘널뛰기’ 장세가 진정되기 어렵다는 관측이 많아 중국 관련 투자 상품에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H지수 29% 폭락, ELS 손실 공포

24일 유안타증권과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 들어 7월 말까지 ELS는 54조4090억 원어치가 발행돼 시중 자금을 무섭게 빨아들였다.

이 중 72.9%인 39조6622억 원 규모의 ELS가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SCEI·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고 있다. H지수는 홍콩거래소에 상장된 중국 우량 국유기업 30여 개로 구성된 지수다. 상하이 증시 급등과 함께 5월에 14,800 선까지 치솟았던 H지수는 폭락을 거듭하면서 이날 1년 3개월 만에 10,000 선이 붕괴됐다. 전날 기준 H지수의 최근 3개월 하락률은 29.3%로 상하이종합지수(―24.68%)보다 크다.

H지수가 폭락하자 상당수의 ELS는 조기 상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체로 만기 3년인 ELS는 6개월마다 중간평가를 해 기초자산 가격이 최초 기준가의 90∼95% 이상이면 중도 상환되는 구조가 많다. 투자자들도 단기간에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구조에 매력을 느껴 ELS를 많이 찾았다. 하지만 H지수 급락으로 조기 상환에 실패해 대규모 자금이 ELS에 묶일 가능성이 커졌다.

무엇보다 H지수가 추가로 급락할 경우 원금손실(녹인·Knock-In) 구간에 진입하는 ELS가 속출할 것으로 전망된다.

ELS의 대부분은 만기 때까지 기초자산 중 하나라도 녹인 구간인 최초 기준가의 40∼60% 아래로 내려간 적이 있으며, 동시에 만기 때 기초자산 가격이 기준가의 일정 수준 이하이면 원금 손실이 발생한다.

H지수가 14,000 선을 웃돌던 4∼6월에 발행된 ELS 15조8949억 원어치 가운데 상당수는 지수가 추가로 10% 이상 급락하면 녹인 구간에 진입한다.

○ 中주식형펀드 수익률 최하위권

중국 펀드에 가입한 투자자들의 불안감은 더 크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20일 현재 상장지수펀드(ETF)를 제외한 중국 주식형펀드의 순자산은 6조6739억 원에 이른다. 전체 해외 주식형펀드(16조9620억 원)의 39% 이상을 차지하는 규모다. 한때 50%에 육박한 중국 주식형펀드 비중은 최근 중국 펀드 환매가 늘면서 낮아졌지만 여전히 다른 해외 펀드보다 큰 편이다.

이처럼 ELS, 펀드 등 국내 투자상품의 중국 증시 쏠림이 심한 상황에서 중국 증시 급락이 지속되면 국내 투자자들의 대규모 원금 손실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크다. 최근 상하이 증시가 고꾸라지면서 중국 주식형펀드의 수익률은 최하위권으로 밀려났다. 중국 본토 주식형펀드의 최근 3개월 수익률은 ―15.70%로 손실 폭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H주 펀드의 3개월 수익률은 ―19.09%로 더 나쁘다. 21, 22일의 중국 증시 하락률을 반영하면 중국 펀드의 수익률이 더 추락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중국 증시가 많이 빠진 만큼 장기적인 관점에서 분할 매수의 기회로 볼 수 있다고 조언한다.

이에 대해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중국 경제의 펀더멘털(기초체력) 불안이 지속되고 있다”며 “앞으로 중국 경제 상황이 더 악화될 수 있으며 예상치 못한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신중하게 투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중호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ELS의 경우 녹인 구간에 진입하더라도 만기 때 주가 수준을 회복하면 손실을 피할 수 있다”며 “지금 겁먹고 섣불리 ELS를 환매하면 오히려 손실이 생길 수 있는 만큼 장기적인 관점에서 반등을 기다리는 것이 낫다”고 조언했다.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중국#els#원금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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