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폭 ‘먹잇감’ 돼 원정도박 떠난 기업인 2명 재판에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30일 18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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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폭력조직이 동남아 일대에 설치한 VIP도박룸(일명 ‘정캣방’)에서 수십억 원대 원정도박을 벌인 중견기업인 2명이 재판에 넘겨졌다. 해외 불법 도박장을 개설하고 재력가들을 유인해 거액의 수수료를 챙긴 조직폭력배들도 줄줄이 구속됐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부장 심재철)는 범서방파 양은이파 출신 조직폭력배들의 알선으로 각각 90억 원, 12억 원의 원정도박을 벌인 혐의(상습도박)로 중견 폐기물 처리업체 I사 대표 오모 씨(54·구속)와 코스닥 상장사 E사 대표 정모 씨(48·불구속)를 기소했다고 30일 밝혔다. 또 2013년 6월부터 올해 1월까지 마카오 필리핀 캄보디아 등지에 원정 도박장을 개설하고 베팅 수수료와 도박자금 이자 등을 챙긴 혐의(도박장소개설 등)로 영산포파 범서방파 청주파라다이스파 등 조직원 및 브로커 5명을 구속 기소하고, 5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조직폭력배와 원정도박 브로커들은 고액 원정도박을 많이 하는 것으로 소문난 재력가들을 탐색하다 오 씨와 정 씨를 ‘먹잇감’으로 골랐다. 이들은 지난해 6월 오 씨를 캄보디아 카지노로 초대해 60억 원의 칩을 빌려주고 1회 최고 베팅액 7000만 원 상당의 바카라 게임으로 도박 빚을 떠안게 했다. 올 1월엔 “도박 빚을 갚을 돈을 마련하라”며 다시 오 씨를 필리핀 카지노로 유인, 30억 원의 빚을 더 안겼다. 오 씨가 1회 베팅한 최고액은 1억2000만 원으로 강원랜드의 상한액인 3000만 원의 4배에 달했다. 베팅액의 약 1%를 수수료를 챙긴 일당들은 베팅 총액을 높이기 위해 불법 도박자금도 빌려준 것으로 알려졌다.

고객으로 모실 땐 항공권은 물론 특급호텔 숙박권, 리무진 등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한 일당들은 도박 빚을 갚지 않자 언론과 직원들에게 도박 사실을 알리겠다며 오 씨 등을 협박했다. 2013년 마카오에서 12억 원을 탕진한 정 씨는 도박 빚 상환을 독촉받다가 2개월 전 국내 한 골프장에서 폭력배들에게 구타를 당하기도 했다.

검찰은 오 씨와 정 씨 외에도 원정도박 혐의가 추가로 포착된 기업인 2~3명을 계속 수사하고 있다. 이들 중 일부는 회사 자금을 빼돌린 혐의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국내에서 먹을거리가 떨어진 폭력조직이 해외 원정에 나서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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