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질 테면 던져봐” 육탄 방어로 대승 이끈 수문장 지형진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23일 15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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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질 테면 던져보라고 덤비니까 오히려 심리 싸움에서 이기는 것 같아요.”

21일 브라질 우베라바 올림피코 센터에서 열린 2015 세계남자주니어(21세 이하) 핸드볼선수권대회 C조 예선 첫 경기. 남미의 강호 아르헨티나를 상대로 눈부신 선방을 펼친 한국 대표팀의 수문장 지형진(21·경희대 3)은 상대팀의 슈팅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긴장하지 않고 팔과 다리의 ‘감’을 믿은 게 주효했다고 말했다.

지형진은 이날 경기에서 상대팀 슈팅 19개 중 11개를 막아 28-18의 대승을 이끌었다. 57.9%의 방어율로 아르헨티나의 기세를 꺾은 것이다. 국제핸드볼연맹(IHF)은 지형진이 몸을 날려 상대 슈팅을 연거푸 두 개나 막는 장면을 이날의 ‘베스트 장면 5’으로 뽑았다. 23일 덴마크 전에서 한국은 27-28로 아깝게 패하긴 했지만 지형진은 상대팀의 26개 슈팅 중 10개(38.5%)를 몸으로 막아냈다. 막아낸 볼을 동료에게 빠르게 연결하는 송곳같은 속공 패스도 일품이었다.

충북 진천초교 5학년 때 체육 선생님의 권유로 핸드볼을 시작한 지형진은 청주공고 2학년 때 연령별 대표팀에 뽑히면서 주목을 받았다. 골키퍼로는 작은 키(182cm)지만 핸드볼 입문 전 멀리뛰기와 높이뛰기를 배우며 다듬은 탄력과 반사 신경이 돋보인다는 평가를 받는다. 박성립 주니어 대표팀 감독은 “‘노마크’ 실점 위기에서 더 잘 막아내는 자신감과 센스가 있다”고 말했다.

지형진의 무기는 계산 없는 자신감이다. 상대를 분석하기 전에 자신의 탄력과 스피드를 충분히 활용한다. 오히려 상대 슈팅 타이밍 등을 연구하고 경기에 나서면 대량 실점을 하는 징크스가 있다고 했다. 지형진은 “잘하는 상대 슈터 3명을 찍어서 그들의 슈팅 방향을 대략 계산하고 나온다. 생각이 많아지면 오히려 몸이 굳는다”고 말했다.

우베라바(브라질)=유재영기자 elegan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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