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R 경영의 지혜]열정 vs 준비성… 창업의 성패 가르는 요인은?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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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하루가 멀다 하고 여기저기서 스타트업(창업) 경진대회가 열린다. 정부기관이나 벤처투자자가 내건 지원금을 따기 위해 20대, 30대 젊은이들이 경쟁 프레젠테이션을 한다. 이런 자리에서 나오는 아이디어들은 대부분 비슷비슷하다. 그래서 다른 팀과 차별화하기 위해 ‘열정’을 강조하곤 한다.

실제로 어떤 심사위원들은 창업 희망자가 자신의 사업안에 얼마나 열정을 보이는지를 주요 평가 기준으로 삼는다. 그런데 겉으로 드러나는 열정과 사업의 성공은 전혀 관계가 없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중요한 건 얼마나 구체적으로 사업을 준비해 왔는지, 또 장애물을 극복하고 돌발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방안을 얼마나 철저하게 세웠는지다.

최근 미국 텍사스 주 라이스대 연구팀은 미국 최대 규모의 대학생 창업경진대회에 참가했던 팀들이 3년 후 얼마만큼의 사업적 성공을 거뒀는지를 조사해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에 발표했다. 생명과학부터 유통산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프로젝트가 포함되어 있었다. 조사 결과, 경진대회 당시 열정적으로 보였던 지원자나 그렇지 않은 지원자나, 사업 성공 확률엔 별 차이가 없었다. 가장 큰 차이를 가져온 건 역시 준비성이었다.

대부분의 전문 벤처투자자는 이를 잘 알고 있다. 열정에 속아 넘어가는 건 주로 비전문가들이다. 그래서 창업가들은 전문투자자가 아닌 대중으로부터 직접 자금을 모으는 ‘크라우드펀딩’을 택하기도 한다.

실제로 연구팀이 유명 크라우드펀딩 사이트인 ‘인디고고’에 올라온 522건의 프로젝트를 조사했더니, 소개 글과 동영상에 ‘열정’ ‘헌신’ ‘열광적인’과 같은 단어들을 많이 사용한 팀이 그렇지 않은 팀보다 모금 목표에 도달할 가능성이 세 배 가까이나 높았다. 반대로, 얼마나 구체적으로 사업을 준비했느냐는 모금액에 영향을 주지 않았다.

창업엔 돈이 필요하다. 열정적인 태도가 사업자금을 모으는 데 도움이 되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준비 없는 열정은 결국 사업적으로 무가치하다는 사실을 창업자와 투자자 양쪽 모두 잘 알고 있어야 한다.

조진서 기자 cjs@donga.com
#열정#준비성#창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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