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월가 인재들 ‘실리콘밸리 골드러시’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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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건스탠리 CFO 구글로 옮겨 ‘이적료’ 788억원… 기존연봉 3.5배
“美경제축 동부서 서부로 이동” 분석

세계 최대 인터넷기업 구글의 최고재무책임자(CFO)로 자리를 옮길 예정인 투자은행 모건스탠리의 루스 포라트 CFO(58)가 이른바 이적료 명목으로 현금과 무상 주식 인센티브(stock grant)를 합쳐 약 7100만 달러(약 788억 원)를 받는 것으로 알려지자 월가가 술렁이고 있다. 지난해 7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회사 트위터가 골드만삭스 출신 앤서니 노토 씨를 CFO로 영입한 이후 가장 거물급 인사의 실리콘밸리 이직으로 평가받기 때문이다. 또 애플의 인수합병(M&A) 책임자인 에이드리언 페리카 씨 역시 골드만삭스 출신일 정도로 ‘월가 인사들의 실리콘밸리행’이 빈번해지고 있다.

5월 26일부터 구글에서 업무를 시작하는 포라트가 올해 말까지 받는 금액만도 3065만 달러에 이른다. 7개월 남짓 일하고 받는 보수치고는 세계적인 금융기업들의 웬만한 최고경영자(CEO)보다 더 많다. 씨티그룹의 마이클 코뱃 CEO와 뱅크오브아메리카의 브라이언 모이니핸 CEO가 지난해 받은 보수는 각각 1450만 달러와 1530만 달러 수준이었다.

경제전문지 포천은 27일 “포라트 CFO가 구글 주식을 모두 현금화하려면 최대 4년은 기다려야 하지만 ‘동부(월가)에서 서부(실리콘밸리)로 이주하는 대가’로 모건스탠리에서 받았던 연봉의 3.5배를 챙기게 됐다”고 지적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도 “여러 측면에서 대단히 상징적인 사건”이라며 △세계 최고 수준의 월가 CFO를 거액을 주고 데려올 만큼 구글의 성장이 이뤄졌고 △결국 미국 경제의 중심축이 월가에서 실리콘밸리로 급속히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특히 월가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관련 규제가 강화되고 국민의 신뢰도까지 크게 떨어져 ‘인재들의 직장’으로서도 인기가 감소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런 추세를 반영하듯 동부지역의 대표적 명문대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의 경우 금융위기 전인 2006년 졸업생의 31%는 월가(금융)로, 10%는 소프트웨어 분야로 갔는데 2014년엔 금융 10%, 소프트웨어 28%로 역전됐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전했다.

뉴욕=부형권 특파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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