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사죄에 너무 소극적” 과거사 문제 따끔한 일침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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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國父’ 리콴유 타계]
1976년이후 中 33차례 방문… 마오쩌둥부터 모든 지도자 교류

리콴유 전 총리는 생전에 과거사 문제를 포함해 일본에 대해 쓴소리를 했다. 1998년 출간한 자서전에서 “일본에서 많은 것을 배우기도 했지만 비판할 것도 많다. 무엇보다 전시(戰時) 행위에 대한 사죄에 너무도 소극적”이라고 했다. 또 “(싱가포르를 점령한) 일본군이 영국인보다 더 잔혹했고 더 난폭했으며 더 부당하고 더 악의적으로 같은 아시아 민족인 우리들을 다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일본군 200여 명이 차례를 기다리는 위안소도 목격했다”고 했다. 이어 “히로시마(廣島)와 나가사키(長崎)에 원폭을 투하한 데 대한 당위성을 조금도 의심해 본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2013년 펴낸 ‘리콴유가 바라본 세계’라는 책에서는 일본 경제가 침체로 빠져든 최대 요인으로 ‘인구 격감’을 꼽으며 “일본은 이런 상황인데도 ‘민족의 순수성’만을 고집하며 다른 대안을 공개적으로 논의하기조차 어려운 실정이다. 내가 만약 영어를 할 줄 아는 일본 젊은이라면 이민을 택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1978년 덩샤오핑과 중국 ‘개혁 개방의 총설계사’ 덩샤오핑이 1978년 싱가포르를 방문해 리콴유 총리의 영접을 받고 있다. 동아일보DB
1978년 덩샤오핑과 중국 ‘개혁 개방의 총설계사’ 덩샤오핑이 1978년 싱가포르를 방문해 리콴유 총리의 영접을 받고 있다. 동아일보DB
중국과의 인연은 깊다. 1976년 처음 중국에 간 이후 총 33차례 방문하면서 마오쩌둥(毛澤東)부터 덩샤오핑(鄧小平), 장쩌민(江澤民), 후진타오(胡錦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까지 다섯 세대의 중국 지도자들과 교유했다. 덩샤오핑은 1992년 “싱가포르 모델이야말로 중국 개혁 개방이 참고해야 할 타산지석”이라며 개혁개방 정책의 많은 부분에 싱가포르 방식을 도입하기도 했다. 또 2007년 당시 국가부주석이던 시 주석에 대해서는 “어려움을 겪고도 마음이 흔들리지 않는 것이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넬슨 만델라급’ 인물”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6일 발간된 영문판 자서전 ‘한 남자의 세계관’이란 책에서 “중국이 화평굴기(和平굴起·평화로운 부상)를 지속하려면 분란을 만들지 말아야 한다”며 “아시아에서 중국의 독주를 막기 위해서는 미국의 개입이 필요하다”고도 말해 중국의 심기를 건드렸다.

미국에 대해서는 “아이패드 같은 혁신적인 기술이 있는 한 미국 경제의 위세는 쇠퇴하지 않을 것”이라고 하면서도 “미국이 초강대국의 지위를 결국 다른 나라(중국)와 나눠 가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2009년 11월 미국 백악관에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만났을 때는 “미국이 아시아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견제하며 균형자로서 제 역할을 해야 글로벌 리더십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충고하기도 했다.

베이징=구자룡 bonhong@donga.com / 도쿄=배극인 특파원
#리콴유#과거사#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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