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최고 캐릭터 ‘스폭’ 역의 레너드 니모이 별세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1일 17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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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렉’ 스폭 역의 레오나도 니모이
‘스타트렉’ 스폭 역의 레오나도 니모이
1966년 9월 첫 방영된 미국 NBC TV의 SF시리즈 ‘스타 트렉’에는 20세기 후반에 창조된 최고의 캐릭터 중 하나가 등장한다. 벌컨 행성인과 지구인인의 혼혈로 태어난 엔터프라이즈호의 1등 항해사 스폭이다. 시리즈의 주인공인 커크 선장이 미국적 영웅의 전형이라면 스폭은 스타 트렉을 다른 모든 시리즈와 차별화시키는 개성을 뿜어냈다. 뾰족귀를 지닌 스포크는 냉철한 이성주의자여서 어떤 상황에서도 감정에 휘둘리지 않으며 거짓말도 할 줄도 모른다.

그 스폭 역에 생명을 부여한 미국 배우 레너드 니모이가 27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자택에서 폐질환으로 숨을 거뒀다. 향년 84세.

니모이가 서른다섯 때 만나 3년간 생명을 불어넣은 스폭은 인간형 외계인의 대명사가 됐다. 더불어 니모이는 요즘 최고의 인기를 얻고 있는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만끽하고 있는 ‘낯설지만 매력적인 캐릭터’의 대명사가 됐다. 그 인기로 인해 이 시리즈가 TV시리즈나 영화로 리메이크될 때마다 빠지지 않는 캐릭터가 됐다.

하지만 연기자 외에도 시인, 사진작가, 영화감독으로 활약한 팔방미인이었던 인간 니모이는 스폭의 그림자를 넘어서지 못했다. 다른 TV프로그램과 연극, 뮤지컬에도 출연하며 그 그림자를 뛰어넘으려 했다. 이를 위해 1975년에는 ‘나는 스폭이 아니다’(I Am Not Spock)라는 제목의 자서전을 펴내기도 했다. 하지만 대중은 항상 그를 스폭으로만 기억했다. 니모이 역시 지천명을 넘기면서부터 이를 받아들였다. 그는 영화판 ‘스타 트렉 3편-스폭을 찾아서’(1984년)와 ‘4편-귀환의 향로’(1986년)의 출연요청을 받았을 때 감독을 맡는 조건으로 이를 수락했다. 1995년에는 ‘나는 스폭이다’(I Am Spock)라는 20년 전 자서전과 대조적 제목의 또 다른 자서전을 펴냈다.

그는 1931년 미국 보스톤에서 이발사의 둘째 아들로 태어났다. 우크라이나에서 이민 온 유대인 가문이었지만 러시아정교로 개종한 혈통이었다. 그가 스폭 역을 연기할 때 창안한 , 손바닥을 들면서 중지와 약지 사이를 벌리는 인사법은 헤브루어에서 ‘신’을 나타내는 문자(쉰)에 해당하는 손짓이라고 한다. 8살 때부터 연기자로 두각을 나타낸 그는 1951년 할리우드 영화에서 주로 외계인이나 외국인 역할의 조연을 맡았다. 그러다 ‘스타 트렉’에 출연하면서 뒤늦게 인기스타로 발돋움했다.

니모이는 지난달 14일 트위터를 통해 만성 폐쇄성 폐질환(COPD)을 앓고 있음을 팬들에게 알리면서 “담배 피지 마세요. 전 피웠는데 절대 피지 말았어야합니다. LLAP”라는 말을 남겼다. LLAP는 스폭을 연기할 때 인사말로 유행시킨 “장수와 번영을 빕니다”(Live Long and Prosper)의 약자다. 사실상 유언이 된 이 말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회자되고 있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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