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문화와 종교를 존중하는 교육을 체계적으로 실시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2월 13일 19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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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를리 에브도 테러 사건은 표현의 자유가 결코 절대적이지 않다는 현실을 입증했다. 특히 종교에 있어서 상호 존중이 다문화사회 성공을 위한 열쇠다.”

김성도 고려대 언어학과 교수는 13일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 대회의실에서 열린 ‘표현의 자유와 다문화주의: 샤를리 에브도 테러 이후의 유럽과 한국’이라는 콜로키움(학술발표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샤를리 에브도 테러는 무슬림 극단주의에 심취한 청년 3명이 지난달 7일(현지 시간) 프랑스 주간지인 ‘샤를리 에브도’에 쳐들어가 총격을 가해 12명이 희생된 사건이다. 샤를리 에브도는 과거에도 무슬림 비판 만평을 종종 실어 테러 위협을 받곤 했다. 테러범 중 사이드 쿠아시(35)와 셰리프 쿠아시(33) 형제는 파리에서 태어나서 자란 알제리계 프랑스인이었다.

프랑스처럼 한국 사회도 이민자가 급증하면서 다양한 종교와 신념, 배경을 지닌 구성원들의 조화에 관심이 높다. 김 교수는 “인간이 가질 수 있는 가장 큰 애착이 종교”라며 “타인의 신앙을 조롱하거나 비웃는 것은 깊은 상처를 입힌다. 이런 점에서 특히 존중해야 할 가치는 단연코 종교적 신앙”이라고 강조했다.

샤를리 에브도는 테러가 발생한 뒤에도 주간지 표지에 이슬람 예언자 무함마드를 풍자한 만평을 게재했다. 국제테러단체 알카에다 아라비아반도지부(AQAP)는 테러의 배후가 자신들이라고 공개 선언하며 “더 많은 비극과 테러가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국제사회에는 이를 두고 표현의 자유는 어디까지 용인돼야 하는지에 대한 논쟁이 불붙었다.

표현의 자유, 풍자의 자유는 어디까지 허용될 수 있을까. 김 교수는 “풍자는 기본적으로 권력을 비판하는 것이며, 약자를 공격하는 게 아니다. 표현의 자유는 이성의 테두리 안에서 행사돼야 하고 진정한 자유는 책임 의식이 동반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 “진정한 논쟁은 조롱과 비웃음을 늘어놓는 게 아니라, 이성적인 근거를 서로 주고받으면서 성립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타인의 종교적인 행위를 비판하더라도, 무슨 근거와 목적으로 그러한 주장을 하는 것인지를 제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이를 위해 “학교에서 다른 문화와 종교, 인종과 민족을 존중하는 교육을 체계적으로 실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콜로키움에선 테러의 배경을 놓고도 다각도의 분석이 제기됐다. 테러범 쿠아시 형제는 어릴 때 부모를 잃어 제대로 보살핌을 받지 못했고, 범죄 전력으로 경찰의 감시를 받았다.

김동윤 건국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는 “이번 테러에서 이슬람에 대한 신성모독은 표면상의 이유일 뿐이고, 근원적이고 심층적인 이유는 이슬람 지역에 만연하고 있는 빈곤과 분쟁에서 찾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삶이 절망적인 상황에서 젊은 무슬림들은 폭력을 통해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하고 ‘영웅이 될 수 있는 가능성’에 쉽게 빠진다”며 “서구에 대한 무슬림의 테러행위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무슬림 과격분자들이 보여주는 광신적인 분노와 절망의 근원을 살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국에서는 아직 다양한 사회 집단 간에 갈등이나 충돌이 표면적으로 표출되진 않았다. 하지만 인터넷이나 과격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외국인에 대한 혐오나 반감이 표출될 때마다 우려도 제기돼왔다. 윤인진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 부소장(사회학과 교수)은 “다문화사회가 안고 있는 갈등과 위협에 대해 미리 대처하고 준비하는 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는 아세아문제연구소 HK동북아지역연구센터가 주관하고 한국이민학회, 이민인종연구회, 고려대 응용문화연구소가 공동 주최했으며 동아일보사와 한국연구재단이 후원했다.

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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