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내 7개 대륙서 7회 풀코스마라톤’ 우승자 호주 골인, 기록은?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25일 16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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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오후 해가 어둑해 질 무렵 호주 시드니 하버브리지 밑 결승점을 바로 앞두고 데이비드 게팅(39)은 자신의 발가락 일부가 동상 끝에 떨어져 나가고 아킬레스건이 모두 망가졌다는 것을 알았다. 무릎도 통증이 심해 다시 정상으로 돌아오기까지 며칠이 걸릴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그가 이날 ‘7일 이내, 7개 대륙에서 7번의 풀코스’(7-7-7코스)를 달려야 하는 ‘2015 월드 마라톤 챌린저’에서 우승하는 순간 참았던 고통이 성취감과 함께 밀려왔다.

수의사로 일하는 아마추어 마라토너인 게팅은 7일 동안 59시간 비행기를 탔고, 3만8000km를 이동했으며 295.4km는 두 발로 뛰었다. 게팅의 기록은 ‘7일 25시간 36분 3초’. 이 대회 기록은 대회를 주최하는 단체 대표인 리처드 도노반의 ‘4일 22시간 3분’.

마라토너들이 42.195km 풀코스를 완주하면 24시간 이내에는 다시 뛰기 어렵다고 하지만 ‘챌린지’는 ‘7-7-7’이 필수로 참가 자체만으로도 괴력을 인정받는다.

첫 레이스는 남극 ‘유니언 빙하’. 게팅은 혹한과 눈보라 속에도 3시간 21분35초에 달려 구간 2위인 호주의 더글러스 윌슨을 30분 이상 앞섰다. 그는 발가락 일부가 동상을 입었다는 것을 알고도 뛰었다. 남극 마라톤 완주는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것으로 직감했다. 그는 “주변 풍경이 많은 영감을 주었다”고 무덤덤하게 말했다.

첫 구간 주파를 마치고 14시간이 채 지나지 않아 그는 칠레 푼타 아레나스 해안에서 두 번째 코스에 도전했다. 두 구간을 마쳤을 때 그는 40분가량을 다른 11명의 참가자들보다 앞서고 있었다.

미국 마이애미 구간에서는 수면 부족과 피로 등으로 윌슨이 게팅을 앞섰다. 이어 스페인 마드리드에서는 게팅이 윌슨을 15초 앞섰으나 비가 계속 내린 모로코 마라케츠에서는 다시 선두를 내줬다. 게팅과 윌슨은 모로코에서는 앞도 잘 보이지 않는 새벽 1시에 출발했다. 둘은 경쟁자이면서 어둠과 고통을 함께 하는 동료였다. 게팅은 “우리 중 누가 없었다면 모로코 구간은 완주할 수 없을 것 같았다. 우리는 서로 협력하고 격려하면서 뛰었다”고 말했다. 윌슨이 19초를 앞섰다. 두바이에서는 아예 서로가 서로를 끌며 3시간 43분6초의 같은 기록으로 나란히 구간 결승점을 넘었다.

게팅은 “우리가 처음 시작할 때는 경쟁자였으나 점차 육체적으로나 정서적으로 같은 팀이라는 생각으로 빠져들었다. 그리고 우리 모두는 서로 도왔다”고 말했다. 피로와 시차 적응, 수면 부족 그리고 섭씨 50도 안팎의 온도차만이 완주의 성패를 좌우하는 경쟁자이자 적이었다.
‘극지 달리기 어드벤처’라는 단체가 주관해 매년 열리는 ‘챌린지’는 참가비가 3만2000 유로(약 3900만원)로 참가 인원은 12명으로 제한된다. 참가비에는 대회를 전후한 숙소와 식사, 비즈니스 항공권, 비상시 긴급 서비스 제공료가 포함된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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