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盧정부가 ‘KBS 장악 입법’ 주범?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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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정치부
이재명·정치부
최근 여야 정치권이 ‘예산 전쟁’을 벌이고 있어 주목받고 있진 않지만 KBS와 EBS를 공공기관으로 지정하느냐의 문제는 여야가 충돌할 또 하나의 불씨다.

새누리당 의원 155명은 13일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냈다. 핵심은 ‘KBS와 EBS를 공공기관으로 지정할 수 없다’는 조항을 삭제하는 데 있다. 정부가 자본금을 전액 출자한 두 언론사에 대한 ‘특혜 조항’을 없애 운영의 투명성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야당과 해당 언론사는 즉각 “방송 장악 음모”라며 반발하고 있다.

공공기관의 방만한 운영을 감독하겠다는 정부와 방송의 독립성을 지키겠다는 해당 언론사의 주장은 모두 타당해 보인다. 그렇다면 이 법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 법은 노무현 정부 때인 2007년 1월 제정됐다. 공공기관 부채는 지난해 말 523조 원으로 이미 국가 부채(482조 원)를 넘어섰다. 당시로선 선견지명이 있는 법이었다. 공공기관 개혁은 규제개혁처럼 모든 정부에서 ‘시작은 창대하나 성과는 미약한’ 대표적인 분야다. 조직적 저항이 그만큼 크다는 방증이다.

당시 법을 만들 때도 그랬다. 법 시행을 한 달 앞두고 당시 여당인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중심이 돼 KBS와 EBS를 법률 적용에서 제외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냈다. 정부 방침에 여당이 반기를 든 것이다.

노 전 대통령은 2007년 3월 20일 국무회의에서 “KBS가 공공기관 적용 대상에서 제외돼야 한다는 특집 프로그램을 방영한 것은 자사 이기주의와 전파 남용의 예”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어 “공공기관 적용 대상이 되는 것이 언론 자유와 무슨 관련이 있느냐”며 “KBS가 의원들을 통해 법 개정까지 하려 하는데, 이래서는 나라 꼴이 문제”라고 쏘아붙였다. 결국 대선을 코앞에 둔 그해 11월 여야는 자신들이 만든 법을 1년도 안 돼 뒤집었다. KBS와 EBS는 그렇게 공공기관 적용 대상에서 빠졌다.

해당 언론사의 주장대로라면 노 전 대통령은 임기 말 방송을 장악하려 법을 만든 셈이 된다. 언론의 독립성은 중요한 가치다. 하지만 본질은 KBS의 불투명한 회계와 방만 경영에 있다. 세금이나 마찬가지인 시청료를 내는 국민은 KBS가 어떻게 운영되는지 궁금해한다.

이재명·정치부 egija@donga.com
#공공기관#KBS 장악 입법#E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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