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건영의 ML 가을사나이] 펜스, KC 돌풍 잠재웠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4년 10월 23일 06시 40분


1회 생애 첫 WS홈런…4회 두번째 득점
‘11타수 무안타’ 천적 실즈 깨고 맹활약
‘9000만 달러’ 초특급 계약 존재감 과시


193cm의 큰 키에 꾸부정한 자세로 타석에 들어서는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외야수 헌터 펜스(31)는 ‘류현진 킬러’로 국내 야구팬들에게 잘 알려진 선수다. 통산 22타수 10안타(타율 0.455)에 7타점으로 류현진을 늘 괴롭혔다.

지난해 펜스는 흔히 청소년기에 나타나는 ‘척추측만증(Scheuermann's disease)’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그럼에도 자이언츠는 펜스에게 5년 9000만 달러(약 947억 원)의 초특급 조건에 계약을 연장했다. 그만큼 팀의 리더로서 펜스의 존재감을 인정했다는 방증이다.

● 첫 월드시리즈 홈런…“역시 9000만 달러의 사나이”

펜스가 제대로 사고를 쳤다. 22일(한국시간) 적지인 카프먼스타디움에서 열린 월드시리즈 1차전에서 캔자스시티 로열스의 에이스 제임스 실즈를 조기 강판시키는 데 앞장섰다. 펜스는 1-0으로 앞선 1회초 실즈의 직구를 공략해 가운데 담장을 라인드라이브로 넘기는 투런 홈런포를 터뜨려 커프먼스타디움을 침묵에 빠트렸다. 자신의 생애 첫 월드시리즈 홈런이었다.

선두타자로 나선 4회에는 좌측 선상을 타고 흐르는 2루타를 터뜨린 후 실즈의 폭투 때 3루까지 진출했다. 마이클 모스의 우전 적시타 때 이날 자신의 두 번째 득점을 올렸다. 실즈와의 역대 전적에서 11타수 무안타로 철저하게 눌렸던 터라 펜스의 맹타는 더욱 의미가 컸다.

또한 지금까지 포스트시즌에서 펜스는 이렇다할 활약을 펼치지 못했다. 필라델피아 필리스 소속이던 2011년에는 타율 0.211에 홈런을 한 개도 치지 못했다. 자이언츠 소속으로 월드시리즈 반지를 차지한 2012년에도 타율은 0.210에 불과했고, 홈런 1개와 4타점밖에 올리지 못했다.

올해도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까지 펜스는 타율 0.235에 홈런 없이 3타점에 그쳤다. 공격에서는 중심타자답지 않는 성적을 보였지만 8일 열린 워싱턴 내셔널스와의 디비전시리즈 4차전에서 제이슨 워스가 친 2루타성 타구를 껑충 뛰어올라 담장에 부딪치며 잡아내는 투혼을 발휘했다. 펜스의 완벽한 수비에 힘을 얻은 자이언츠는 3-2로 승리를 차지, 내셔널리스 승률 1위 내셔널스를 3승1패로 물리치는 이변을 연출했다. 하지만 이날 펜스의 원맨쇼를 앞세운 자이언츠는 포스트시즌 11연승 행진을 이어가던 로열스의 돌풍을 잠재우며 통산 8번째 월드시리즈 우승에 한 발 다가섰다.

● 내셔널리그 올스타 3차례나 선정…터프한 스타일로 유명

텍사스 레인저스의 홈구장 인근 포트워스에서 태어난 헌터는 터프한 스타일로 유명하다. 역대 최고 기록을 보유한 칼 립켄 주니어의 기록에 견줄 수는 없지만 이번 시즌 막판까지 383경기에 연속으로 출전했다. 2004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2라운드 64번째로 휴스턴 애스트로스에 지명된 후 필리스를 거쳐 2012년 8월부터 자이언츠 유니폼을 입었다.

메이저리그 통산 성적은 타율 0.284, 185홈런, 689타점, 672득점, 102도루. 2013년에는 20홈런 20도루를 달성했다. 내셔널리그 올스타에 3차례 선정됐는데 각기 다른 팀 유니폼을 입고 뽑힌 특이한 경력도 지녔다.

손건영 스포츠동아 미국통신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