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판사 “원세훈 무죄, 승진 앞둔 사심 판결” 비판 논란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9월 13일 03시 00분


코멘트

성남지원 김동진 부장판사… 법원 내부게시판에 글 올려
“선거무관 정치개입? 궤변 헛웃음”… 대법 “윤리강령 위배 여지” 삭제

“국가정보원이 대선에 불법 개입한 점은 삼척동자도 다 안다. 서울중앙지법의 국정원 댓글 사건 판결은 ‘지록위마(指鹿爲馬·사슴을 가리키며 말이라고 우기는 것) 판결’이다.”

수원지법 성남지원 김동진 부장판사(45·사법연수원 25기·사진)가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무죄를 선고한 재판부를 신랄하게 비난하는 글을 법원 내부게시판 코트넷에 올려 논란이 일고 있다.

김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코트넷에 ‘법치주의는 죽었다’라는 제목으로 A4용지 5장 분량의 글을 올렸다. 그는 이 글에서 “2012년은 대통령선거가 있었던 해인데 원 전 원장의 계속적인 지시 아래 국정원 직원들이 조직적인 댓글 공작을 했다면 그것은 ‘정치개입’인 동시에 ‘선거개입’이라고 말하는 게 옳지 않을까”라며 “선거개입과 관련이 없는 정치개입은 무엇을 말하는 것인가. 이것은 궤변이다”라고 주장했다.

또 “재판장 스스로 가슴에 손을 얹고 양심에 따라 정말 선거개입 목적이 없었다고 생각했는지 헛웃음이 나온다. 이 판결은 정의를 위한 판결인가, 아니면 재판장이 고등법원 부장판사 승진 심사를 목전에 두고 입신영달을 위해 사심을 담아 쓴 판결인가. 나는 후자라 생각한다”며 1심 재판장인 이범균 부장판사를 대놓고 비난했다.

그는 “현 정권은 법치가 아니라 패도정치를 추구하고 있으며 고군분투한 소수의 양심적 검사들을 모두 제거했다. 국정원 선거개입 의혹을 꿋꿋이 수사했던 전임 검찰총장(채동욱 전 검찰총장)은 사생활 스캔들을 꼬투리로 축출됐다”며 현 정부를 비판하기도 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김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학술 커뮤니티 게시판에 게재한 자신의 글을 삭제했다. 대법원은 이날 코트넷 운영위원회를 소집해 자유게시판에 남아 있던 글도 오전 10시경 직권으로 삭제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대법원공직자윤리위원회가 권고한 ‘다른 법관이 담당한 사건에 관한 학술 목적 등 이외에 공개적 논평 금지’ 규정과 법관윤리강령(공정성, 정치적 중립의무)에 위배될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김 부장판사는 2012년 횡성한우 원산지 표기와 관련한 자신의 항소심 판결을 뒤집은 대법원의 판결을 ‘교조주의에 빠진 판결’이라고 공개 비판했다가 법원장 서면 경고 조치를 받은 바 있다.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원세훈#현직판사#국가정보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