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배극인]‘아사히 때리기’로 흔들수 없는 진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8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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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극인 특파원
배극인 특파원
예상대로였다. 아사히신문이 일본군 위안부 강제연행 증언 기사를 취소한다고 밝히자 일본 우파 정당과 언론이 아사히신문을 가차 없이 공격하고 있다.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을 인정한 고노 담화도 취소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신문이 제주도에서의 강제 동원을 주장한 한 일본인의 증언에 대해 오류를 인정한 것뿐인데 우익은 이를 빌미로 강제성 자체가 허구였던 것처럼 파상공세를 펴고 있다.

우익의 공격은 지엽말단 문제로 사태의 본질을 흐리려는 술책과 다름없다. 이들의 주장대로 민간인 집에 총칼을 든 군인이 뛰어 들어가 여성을 사냥했다는 증언이나 기록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해서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이 부정되는 것은 아니다.

핵심은 취업사기 등으로 끌려간 소녀들이 탈출이 불가능한 최전선에서 군의 관리 아래 성노예를 강요당하며 여성의 존엄성을 침해당한 점이다. 일본 우파의 주장은 아이를 납치하지 않고 속여서 유괴하면 ‘범죄’가 아니라는 식이다.

모집 과정과 관련해서도 인도네시아 중국 등 일본군 점령지에서 현지 여성이 강제 연행돼 강간당한 재판 기록은 곳곳에 남아있다. 일본의 식민지였던 조선과 대만에서는 당시의 강압적 분위기만으로도 얼마든지 군 위안부를 ‘동원’할 수 있었던 점이 달랐을 뿐이다. 일본 정부와 군이 패전 직후 불리한 문서를 모두 불태웠다는 사실도 잘 알려져 있다.

문제 해결 방식도 일본 우파는 1995년 민간기금인 아시아여성기금을 통해 성의를 보였는데도 한국이 이를 거부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앞서 1994년 8월 일본 언론 보도를 보면 기금이 피해자들에게 지급할 돈의 명목은 ‘미마이긴(見舞い金·위로금)’이었다. 이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병문안 때나 전하는 돈으로 사죄의 의미가 없다.

일본 우파는 역사적 진실을 제대로 확립해야 한일 관계를 바로 세울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그 말을 그대로 돌려주고 싶은 게 한국의 심정이다. “많은 일본인이 이제 그만하고 미래 지향으로 가자고 말하지만 이는 피해자가 할 말이다. 일본인은 우선 ‘우리는 잊지 않는다.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겠다’고 계속 말해야 한다.” 마이크 모치즈키 미 조지워싱턴대 교수가 6일자 아사히신문에 기고한 해결책이다.

도쿄=배극인 특파원 bae2150@donga.com
#아사히 신문#일본#위안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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