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화물선이 양식장 위로…” 사천 어민 뿔났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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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천포 火電 드나드는 화물선… 법정항로 없어 ‘무질서 통행’
어장 파이고 피조개 등 폐사… “항로 지정하고 선박 단속하라”

“양식장 위로 대형 화물선이 자주 지나다닐 뿐 아니라 닻을 내리기까지 해 못살겠습니다.”

경남 사천시 삼천포항 앞 신수도 주변에 피조개 양식장을 갖고 있는 김판수 씨(67)는 22일 “삼천포화력발전소에 유연탄을 실어 나르는 대형 화물선 때문에 피해가 크다”며 대책 마련을 호소했다. 김 씨와 지역 어업인들은 최근 ‘삼천포항 안전운항 및 피해 방지 대책위원회’(위원장 유점수)를 만들어 한국남동발전 삼천포화력본부, 마산지방해양항만청, 경남도 등에 민원을 제기하고 있다.

어업인들의 주장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개항질서법과 해사안전법 등 관련 법령에 따라 발전소 진출입 해역에 ‘항로(航路)’를 지정해 달라는 것이다. 두 번째는 항로 지정 이전이라도 편법으로 어장 주변에 정박하는 화물선을 단속해 피해를 줄여달라는 요구다.

대책위에 따르면 해양수산부 장관은 선박들이 많이 오가는 해역은 사고를 막고 안전한 운항을 보장하기 위해 항로를 지정, 고시하도록 돼 있지만 삼천포항은 그렇지 않다는 것. 삼천포화력발전소(고성군 하이면 덕호리)에 출입하는 화물선은 10만 t급과 6만 t급을 합쳐 연간 130여 척에 이른다.

삼천포항에는 화력발전소 전방 8km 지점부터 부두까지 발전소 측이 설치한 사설 항로표지만 있다. 항로표지는 등부표 7개, 유도등 2개, 등대 3개 등이다. 충남 보령항, 전남 여수항, 경남 통영 안정항 등에 법적인 항로가 지정돼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어민들은 또 “대형 화물선이 바다의 바닥과 4m 정도 거리를 두고 지나는 데다 스크루가 회전하면서 발생하는 강한 소용돌이로 어장이 파이고 종패가 흩어져 폐사하는 일이 잦다”고 말했다. 특히 화물선 등 대형 선박들이 묘박지(錨泊地) 등 지정된 곳에 배를 정박하지 않고 어장 주변에 닻을 내려 피해가 크다고 덧붙였다. 삼천포항 앞 신수도와 수우도 사이에는 닻을 내리고 세관 및 검역 업무를 처리하는 검역 묘박지가 지정돼 있으나 반경이 600m 정도로 좁은 편이다.

대책위는 “항만청과 경남도가 항로 및 묘박지 지정에 적극 나서지 않고 있다”며 “당장은 선박들이 규정을 잘 지키도록 지도 감독을 철저히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곧 항만청 등을 항의 방문할 계획이다. 경남도 관계자는 “삼천포항 안전 관리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항로 지정 등은 항만청 업무”라고 밝혔다. 삼천포화력본부 대외홍보팀은 “발전소를 오가는 선박에 대해서는 규정을 잘 지키도록 교육을 하고 있다”며 “추가로 필요한 조치가 있는지는 항만청 등과 협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화물선#양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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