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눈/주펑]中은 아베에게 분노하고 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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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펑(朱鋒)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 교수
주펑(朱鋒)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 교수
필자는 학술회의 참석차 일본 도쿄(東京)에 와 있다. 이곳 중국대사관 측은 최근 중국 정부 인사가 일본을 방문한 적이 없다고 전했다. 지난해 12월 26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 때문이다. 당시 중국 외교부는 “야스쿠니 참배가 중-일 고위급 대화의 문을 닫아버렸다”고 비판했다.

시진핑(習近平) 정부는 아베의 신사 참배에 왜 이토록 격한 반응을 보일까. 중국은 진심으로 일본 군국주의의 부활을 걱정하고 있을까, 아니면 ‘아베 때리기’의 호재로 삼으려는 것일까. 나는 전자일 가능성이 더 크다고 본다.

미국 학자들은 중국의 반일 감정을 이해하지 못한다. 중국이 아베의 언행과 군국주의 부활을 기계적으로 연계하거나, 아직 과거에 머물러 있고 미래를 보지 못한다고 평가한다.

하지만 중국은 진심으로 일본의 군국주의 또는 ‘황국(皇國)주의’에 깊이 우려하고 있다. 아베와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전 총리의 야스쿠니 참배에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고이즈미는 2001년부터 2006년까지 매년 야스쿠니를 참배했다. 당시 강력한 정치적 지지기반이 없던 그는 야스쿠니 참배로 자신을 일본 정치계의 ‘사나이’로 부각하려 했다.

반면에 아베는 자신의 극우 사상을 일본 전체의 역사관으로 확장시키려 한다. 침략 역사를 정당화해 야스쿠니 참배를 지속하고 중-일 간 충돌을 격화시켜 국민적 지지를 끌어내 국내 경제 개혁을 위한 동력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또 ‘중국 위협론’을 확산시켜 평화헌법을 수정하고 집단적 자위권을 확보하겠다는 계산도 깔려 있다.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 참배는 메이지 시대 이후의 전몰장병들을 추모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1895∼1945년 휘황찬란했던 제국주의 시대에서 정신적 동력을 찾기 위한 것이다. 이는 중국인이 절대 용납할 수 없는 행위다.

도쿄대 다카하시 데쓰야(高橋哲哉) 교수는 저서 ‘야스쿠니 문제’에서 이렇게 지적했다. “제2차 세계대전 전 천황의 참배와 2차대전 이후 총리의 참배는 동일한 목적을 갖고 있다. 전쟁에 대한 시비(是非) 판단을 없애 성전(聖戰)으로 승화시키려는 것이다.” 야스쿠니신사가 역사의 정의와 비(非)정의의 구별을 없애는 ‘국민감정의 연금술’이라는 것이다.

2차대전 이후 일본 천황은 명목상의 국가원수가 됐다. ‘황국주의’가 완전히 제거됐다는 뜻은 아니다. 냉전 후 일본 경제의 장기 침체, 불경기로 인한 출산율 저하, 인구 고령화 등 일련의 문제들로 일본의 민족감정은 억압된 상태였다. ‘사나이 정치가’들이 인기를 얻은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고이즈미 전 총리는 연이은 야스쿠니신사 참배에도 불구하고 중국에 ‘사죄 외교’를 하지 않아 냉전 이후 최장수 총리를 지냈다. 아베 또한 야스쿠니 참배가 주변국의 분노를 일으킬 것을 알지만 중국 위협론을 이용해 일본 국민의 위기의식을 자극함으로써 경제 개혁과 헌법 수정을 실현할 동력을 얻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아베의 야스쿠니 참배로 중-일 관계는 설상가상의 형국이 됐다. 양국이 정상회담과 고위급 협상을 재개하지 못하면 댜오위다오(釣魚島·일본명 센카쿠(尖閣) 열도) 분쟁에서 비롯될 대치 국면을 완화할 수 없다. 군비경쟁 또한 더욱 치열해질 것이다. 중국-한국 대 일본의 ‘역사 전쟁’은 이미 시위를 떠난 화살이 됐다. 아시아에서 중-미 패권 전쟁이 일어나기도 전에 중-일 권력전쟁이 시작됐다. 동아시아의 안보 질서가 재편될지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주펑(朱鋒)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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