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키, 내리막… 장기 불황에 슬로프 이용객 2년 연속 뚝… 뚝…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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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2008년 年평균 12% 성장… 2009년 금융위기후 정체-하향곡선
젊은층 비용부담에 “차라리 게임”… 직장인은 “그 돈이면 해외여행”

대표적인 겨울 스포츠인 스키를 즐기는 사람이 점점 줄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아일보가 국내 스키장 1∼4위(내장객 기준)인 비발디파크 하이원리조트 휘닉스파크 용평리조트에서 스키와 스노보드를 즐긴 슬로프 이용객을 확인한 결과 지난해 11월경부터 올 1월 둘째 주말까지의 이용객은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7%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스키장경영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시즌(2012년 11월∼2013년 4월) 이용객도 전년보다 8% 줄었다. 2년 연속 가파른 내리막을 보인 것이다.

이 같은 감소세는 전례가 없었다. 스키장 슬로프 이용객은 시즌별로 1999년 244만여 명에서 2008년 664만여 명으로 9년 동안 연평균 12% 정도 성장했다. 하지만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영향으로 처음으로 감소세(―1%)를 나타낸 뒤 몇 년 동안 정체 상태를 보였다. 그러다 2013년 시즌부터 감소세가 뚜렷해진 것이다. 협회 관계자는 “지난 시즌엔 스키인구 감소를 불경기와 혹한, 폭설 탓으로 돌렸는데 올해까지 감소가 이어지는 것을 본 뒤 스키 인구가 줄어들고 있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말했다.

스키업계에선 스키 인구 감소의 가장 큰 원인으로 장기 불황을 꼽고 있다. 스키는 여전히 ‘고비용 스포츠’란 인식이 강하다. 교통비에 리프트 이용비, 장비·옷 대여비, 숙박비까지 더하면 수십만 원이 든다. 해외여행 비용이 저렴해진 영향도 있다. 직장인 장모 씨(39)는 “최근 가족 3명이 1박 2일간 스키장 다녀오는 데 70만 원 정도 들었다”며 “저가항공사에서 20만∼30만 원대 동남아 항공권을 팔고 있어 차라리 해외여행을 가는 편이 낫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스키업계는 인구 고령화로 감소세가 회복되지 않을 것을 우려하고 있다. 노인층이 즐기기엔 위험한 스포츠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젊은층도 점점 스키장에서 발길을 돌리고 있다. 한 대형 스키장 관계자는 “이제 10, 20대가 스키장을 ‘핫 플레이스’로 여기지 않는다”며 “돈 안 들이고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게임에 더 관심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제일기획에 따르면 10대 청소년이 가장 좋아하는 취미를 묻는 설문조사에서 ‘게임’이라고 답한 비율이 2011년 7%에서 2012년 11%, 2013년 13%로 늘었다.

지난해 ‘충남 태안군 해병대 캠프 사고’ 이후 도입된 청소년수련활동 인증제도도 일시적인 영향을 미쳤다. 스키장들이 미리 대비하지 못해 방학을 이용한 청소년 스키캠프를 열지 못했다.

스키장들은 가격 할인으로 손님 끌기에 나섰다. 소셜커머스 사이트에선 최대 60% 할인된 리프트·숙박권이 돌아다닌다. 리조트 홈페이지에서도 각종 할인 이벤트가 항상 진행되고 있다. 스키 인구 감소에 직격탄을 맞은 스키장 앞 대여 매장에서는 장비와 옷을 빌리는 값을 대폭 인하했다. 각각 1만 원 정도만 받는다. 비발디파크 관계자는 “다음 달 열리는 소치 겨울올림픽으로 스키에 대한 관심이 커지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류원식 기자 rews@donga.com
손현열 인턴기자 고려대 사학과 4학년
#스키#슬로프#금융위기#해외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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