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박장현]우주로부터의 위험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2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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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장현 한국천문연구원 우주감시센터장
박장현 한국천문연구원 우주감시센터장
대도시에 살면서 유성이 떨어지는 것을 본 기억은 가물가물하지만 한적한 시골로 나가면 하루에도 100t 이상의 유성이 지구로 떨어지는 것을 보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다. 우리가 보는 대부분의 유성은 모래알 정도 크기이고 아주 밝은 것도 자갈 크기에 지나지 않는다.

대부분 유성은 지구 대기를 통과하면서 타서 없어지지만, 이번에 러시아에 떨어진 크기의 유성은 이야기가 다르다. 비교적 한산한 지역에 떨어졌어도 인명피해가 1000명을 넘었다. 2009년 미국의 리스크매니지먼트솔루션(RMS)사가 보험회사를 위해 작성한 특별보고서에 의하면 1908년 러시아 툰구스카 지역에 떨어진 유성이 뉴욕 맨해튼에 떨어진다면, 약 1000만 명의 인명피해와 2조 달러의 재산피해가 예상된다. 15일 러시아에 떨어진 유성은 이보다는 작은 크기지만 대도시에 떨어졌을 경우 마찬가지로 상당한 인명피해와 재산피해가 예상된다.

유성, 하루에 100여 t 떨어져

이런 크기의 유성이 지구에 떨어질 확률은 수십 년에 한 번 정도이고, 피해 범위도 국지적이다. 우리나라 면적을 고려하면 우리가 직접적인 피해를 볼 확률은 더욱 낮다. 그러면 우리는 아무런 대비를 할 필요가 없는 것일까. 영화에서처럼 미국이 발견도 하고 지구를 향해 돌진해오는 소행성을 미국의 영웅이 나서서 처리해 주기만을 기다리면 되는 것일까. 당장 우리한테 직접적인 위협도 없고 언제 떨어질지도 모르는 소행성을 찾는 데 아까운 세금을 들여야 하는 것일까.

소행성 충돌의 증거는 수없이 많이 남아 있고 그 파괴력이 치명적이라는 사실은 분명하다. 16일 지구를 스쳐 지나간 DA-16 소행성은 미리 발견돼 지구와 충돌하지 않는다는 것을 사전에 알 수 있기 때문에 러시아에 유성이 쏟아지더라도 별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현상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없고 사회마저 불안한 상태에 있을 때 유언비어가 퍼진다면 일반 국민의 불안감과 공포심은 급속도로 번져 나가 사회는 극심한 혼란에 빠져들 것이다. 커다란 재해가 닥쳐왔을 때, 정작 재해에 의한 직접적인 피해보다 혼란에 빠진 군중심리에 의해 피해가 더욱 커질 수 있다는 것은 역사적 교훈이기도 하다. 미국과 영국 등 선진국의 정치인들은 소행성 충돌에 의한 치명적 파괴력이 주는 막연한 공포와 불안감이 사회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을 이해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경제수준이 높아지면서 단순히 먹고사는 문제보다는 사회복지와 안전한 삶에 대한 욕구가 나날이 늘어가고 있다. 이제까지는 별로 생각지 않았던 우주로부터의 위험이 새로운 이슈로 떠오를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도 이들이 어떤 종류의 위험이고, 이런 위험에 어느 정도 노출되어 있는지 분명히 알고 싶어 할 것이다. 그러나 이런 정보를 외국 사람의 입을 통해 듣고 싶지는 않겠지만, 우리나라에는 아직 소행성이나 우주 잔해물과 같은 우주물체를 본격적으로 감시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추어져 있지 않다. 일부 천문학자의 학문적 관심 수준에서 연구가 진행되어 왔을 뿐이다.

감시-대응 시스템 구축해야

나로호 발사 성공으로 우주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달 탐사가 새 정부의 공약사항이 됐다. 작년 8월 국회에 제출된 우주개발진흥법 일부 개정안에는 우주 위험으로부터 우리나라의 우주 자산을 보호하고 국가사회적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새로이 마련된 조항이 포함되어 있다. 국가적 대응시스템 구축을 위해서는 관련 법안이 우선적으로 통과되어야 하고 이를 뒷받침할 예산 확보도 필수적이다. 우주시대를 맞이하여 우주 위험이라는 비록 생소하지만 새로이 인식하게 된 위험으로부터 우리 국민이 지속적으로 안전함을 느끼는 사회를 만들 수 있도록 국회와 새 정부에 기대해 본다.

박장현 한국천문연구원 우주감시센터장
#우주#유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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