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김성규]美국무부 홈피도 콕 집은 ‘한국 반칙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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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2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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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규 사회부 기자
김성규 사회부 기자
이 나라는 어디일까.

“도로는 잘 포장돼 있고 신호등은 잘 작동하며 운전자 대부분은 기본적인 교통법규를 지킨다. 하지만 미국에 비해 상당히 높은 교통사고 사망률을 보인다. 이는 과속, 방향지시등을 켜지 않은 채 하는 잦은 차선 변경, 신호 위반, 공격적인 버스운전사들, 흔들거리는(weaving) 이륜차 운전자들이 일으키는 사고 때문이다. 이륜차 운전자들이 때때로 인도에서 운전한다는 사실과 차량 운전자들이 횡단보도의 보행자들에게 항상 양보하지는 않는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지하보도나 육교가 있으면 그곳을 이용하는 것이 안전하다.”

미국 국무부 홈페이지(travel.state.gov/travel/cis_pa_tw/cis/cis_1018.html)가 소개하고 있는 한국의 교통 문화 현주소다. ‘사고가 발생했을 땐 경찰서에서 조사받느라 굉장히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라는 내용도 있다. 얼굴이 화끈거리고 불쾌하지만 이 정보가 틀렸다고, 잘못된 정보라고 떳떳이 말할 수 있을까. 지금도 우리 대도시에서 언제 어디서든 쉽게 볼 수 있는 장면 아닌가.

해외여행을 계획하는 미국민을 위해 각 나라의 여행 정보를 제공하는 이 사이트의 일본 교통 문화 정보를 읽어 봤다. ‘일본어를 모르면 표지판을 읽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고속도로 이용료가 매우 비싸다’, ‘시내 교통이 종종 매우 혼잡하다’ 정도뿐이다. 운전자들의 나쁜 습관에 대한 정보는 ‘가끔 불법주차된 차가 교통을 가로 막는다’가 유일했다. 끝 부분에는 ‘음주, 과속, 중대 과실로 인한 부상 사고에 대해 유죄가 될 경우 최고 15년 형에 처해질 수 있다’라는 경고성 문구가 있다.

미 국무부 홈페이지는 미 중앙정보국(CIA)의 팩트북(국가정보보고서)에 따라 동해를 ‘일본해(Sea of Japan)’로, 독도를 ‘리앙쿠르 암(Liancourt Rocks)’으로 잘못 표기했고, 이를 바로잡으려는 한국 각계의 운동이 활발하다. 하지만 한국 여행을 계획하는 외국인이 훨씬 더 중요하게 생각할, 수준 이하의 운전 문화에 대한 내용에 대해 우리가 “잘못된 것”이라고 시정을 요구할 수 있을까.

25일 출범한 박근혜 정부는 ‘140대 국정과제’를 선정했지만 그중 ‘항공, 해양 등 교통안전 선진화’의 자리는 93번째다. 이런 강도로 ‘2017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수준의 도로교통안전을 확보하겠다’라는 목표를 달성할지 걱정이다. 2010년 기준 한국의 10만 명당 도로 교통사고 사망자는 11.26명으로 33개 OECD 회원국 중 확실한 꼴찌였으니 하는 말이다.

김성규 사회부 기자 sunggyu@donga.com
#기자의 눈#반칙운전#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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