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강경석]김병관 ‘영예로운 제복’에 먹칠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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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2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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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석 사회부 기자
강경석 사회부 기자
국방부 장관은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을 보좌해 대한민국 군대를 지휘 통솔하는 자다. 전문가들은 국방부 장관의 덕목으로 부하에게 존경받는 리더십을 갖춘 인물, 정치적 이해로부터 자유로운 인물이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김병관 전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이 국방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지 5일이 지났다. 그 사이 김 후보자와 그의 가족을 둘러싸고 다양한 의혹이 제기됐다. 부동산 투기, 편법 아파트 증여 및 토지 증여세 탈루, 위장전입, 무기중개업체 고문 활동, 사단장 시절 비리 보고 묵살, 공금 개인계좌 관리 등 헤아리기가 어려울 정도다. ‘붓다필드’라는 마음수행 단체에 심취하기도 했다. 도덕성과 리더십 문제도 있지만 실정법을 위반한 사례도 있어 자격 미달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60만 군 장병으로부터의 존경은 고사하고 전현직 군인 사이에서 ‘국군의 수치’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야당은 “의혹과 비리 백화점인 김 후보자를 국방부 장관으로 인선하는 건 대한민국에 대한 모욕”이라며 “인사청문회 ‘깜’도 안 된다”라고 날을 세우고 있다. 동아일보-채널A 공동인사검증팀이 취재 과정에서 느낀 점도 별반 다르지 않다. 8세 아들 명의로 땅을 매입하며 편법 증여 의혹을 불러일으켰고, 재건축 아파트를 사고, 연고도 없으면서 대학이 들어선 곳에 땅을 사 16억 원가량의 시세 차익을 올리기도 했다. 4성 장군의 영예를 누린 사람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자신의 이해관계에 집착한 사실은 국가 안보를 위해 묵묵히 일하는 대부분의 군인에게 모욕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특히 과거 율곡비리에 연루된 무기중개업체에서 고문으로 일한 경력은 명예를 좇는 군인이기를 포기한 처사다. “비리업체인지 모르고 고문을 맡았다”라는 말은 초등학생 수준의 변명처럼 들린다. 방위사업추진위원장을 맡아 무기 사업을 결정하는 국방부 장관이 비리 전력이 있는 한낱 무기수입상을 위해 일한 전력이 있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는 국민은 많지 않다.

예나 지금이나 군인은 명예를 먹고 사는 직업이다. 국가를 위해 목숨을 던진다는 숭고한 직업DNA 때문에 존경받는다. 특히 지휘관은 부하로부터 믿음과 신뢰, 존경을 받아야 조직을 통솔할 수 있다. 군의 리더십은 ‘나를 따르라’는 솔선수범과 자기희생에서 출발한다. 상관에 대한 절대적 존경과 믿음 없이 목숨을 던질 수 있는 군인이 얼마나 될까.

한 예비역 장성은 “김 후보자가 장관이 되면 국방의 의무를 충실히 수행하고 있는 군 장병들의 명예와 자긍심에 금이 갈 것”이라고 한탄했다. 국회 국방위원회 간사인 민주통합당 안규백 의원은 “국방부 장관과 합참의장을 합쳐 후보자 청문회를 7번 해 봤지만 후보자 선후배들인 현역과 예비역에게서 이렇게 많은 제보를 받아 보기는 처음”이라고 했다. 군 안팎에서 이미 신망을 잃었다는 방증이다.

비록 예편한 뒤이긴 하지만 박정희 전 대통령 부부의 사진이 담긴 휴대전화 고리를 달고 다니며 특정 후보 지지를 선언해 ‘정치군인’ 논란을 불러일으킨 국방장관 후보자…. 그가 실추된 명예를 회복하는 방법은 이제 하나뿐이다. 현명한 결단으로 자신이 평생을 몸 바친 군의 명예에 더는 누를 끼치지 않기 바란다.

강경석 사회부 기자 coolup@donga.com
#국방부장관#김병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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