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눈/주펑]中 정치개혁, 더는 피할 수 없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2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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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펑(朱鋒)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 교수
주펑(朱鋒)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 교수
중국 공산당은 지난달 15일 제18기 중앙위원회 1차 전체회의(18기 1중전회)를 통해 앞으로 5년간 중국을 이끌 새 지도부를 선출했다. 시진핑(習近平·59) 총서기와 리커창(李克强·57) 상무위원을 축으로 하는 5세대 지도부는 3가지 특징을 갖고 있다.

우선 시진핑은 전례 없이 탄탄한 권력기반을 확보했다. 1982년 화궈펑(華國鋒)이 축출된 이후 중국에서는 권력교체 과도기에 당 총서기와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직을 지도자 2명이 분점하는 관례가 30년간 지속돼 왔다. 후진타오(胡錦濤)가 뤄투이(裸退·모든 직책에서 완전히 물러남)를 결정한 것은 중국 권력체제에서 새로운 역사를 연 것이다. 시진핑은 무대에 오름과 동시에 총서기와 군사위 주석직을 맡는 30년 만의 첫 사례가 됐다. 이는 후진타오 집권 10년간 ‘약한 지도자’를 경험했던 중국이 드디어 ‘강한 정치’의 시대에 진입함을 뜻한다.

둘째, 당 정치국 상무위원들의 면면은 ‘보수주의 시대’를 예고한다. 시진핑과 리커창을 뺀 나머지 상무위원 5명의 평균 연령은 64세다. 개혁 진영을 대표하는 왕양(汪洋) 광둥(廣東) 성 서기는 상무위원 진입에 실패했다. 개혁 성향이 강한 것으로 평가받는 왕치산(王岐山)이 입성하긴 했지만 7명 중 6위인 중앙기율검사위 서기다. 이는 ‘시진핑-리커창 체제’의 목표가 개혁이 아니라 안정임을 뜻한다. 11월 15일 이후 시진핑은 3차례 공개 연설을 통해 당의 단결, 민심 안정, 점진적 발전을 3대 기조로 내세웠다.

세 번째 특징은 ‘노인 정치’의 발현이다. 제18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 개막식에서 장쩌민(江澤民)은 주석단에 앉아 있었다. 이는 당 원로들이 계속해서 최고지도부 선출 과정에 개입할 것을 의미한다. 또 시진핑의 정치가 당내 원로들의 집단 의사에 부합해야 함을 뜻한다. 이는 누가 집권하든 새 지도부는 ‘소규조수(蕭規曹隨·앞사람이 만들어 놓은 제도를 답습)’ 식 정치 문화를 견지해야 함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18차 당대회를 통해 선출된 새 지도부는 중국이 직면하고 있는 엄중한 도전에 맞서 개혁을 하겠다는 결심과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 비록 현 정치 구도가 보수 우위라 할지라도 ‘시-리 체제’가 반드시 개혁을 통해 중국의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있음을 확실히 해야 한다.

실제로 시진핑은 취임 후 첫 연설에서 반(反)부패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리커창도 중국 경제의 미래는 개혁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명확히 했다. 최근 보시라이(薄熙來)가 충칭(重慶) 시 서기로 있을 때 불법적으로 행해졌던 사법 결정 등이 재심사되고 있다. ‘시-리 체제’는 이렇듯 당 운영을 정화하려는 의지를 갖고 있음을 보여줘야 한다.

중국의 개혁 요구는 시진핑 본인이 좌우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옛말에 ‘세를 따르면 번창하고 역행하면 망한다’고 했다. 중국 내부의 각종 문제와 모순은 최고지도부가 의지와 용기를 갖고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될 만큼 심각하다. 시진핑의 임무는 개혁을 할지 말지를 결정하는 게 아니라 어떤 보폭과 리듬으로 정치개혁을 추진할지를 정하고, 당에 존재하는 각종 문제에 정면으로 맞서는 것이다.

시진핑은 전임자보다 더 좋은 조건에서 개혁을 추진할 수 있다. 그의 개혁 능력 평가 기준은 각 정치세력의 이익과 주장을 절충하면서 대다수가 받아들일 수 있는 방식으로 개혁 목표와 일정을 정할 수 있는지 여부다. 시진핑의 중국은 이미 변화하고 있다.

주펑(朱鋒)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 교수
#중국#정치개혁#시진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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