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플러스]크레이지노 “의사집안 의학도? 난 그냥 골 때리는 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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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0월 26일 10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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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인가수 크레이지노는 “사람들의 웃음에서 희열을 느낀다”며 ‘제2의 싸이’가 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신인가수 크레이지노는 “사람들의 웃음에서 희열을 느낀다”며 ‘제2의 싸이’가 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골 때리는 친구네.”

그의 무대를 본 사람들의 한결같은 반응이다. 가요계에 ‘천재 아니면 돌+아이’로 통하는 새로운 ‘물건’이 나타났다.

‘강남스타일’의 싸이 혹은 ‘찌롱이’ 노홍철의 이야기가 아니다. 의학도 출신 신인 가수 크레이지노(본명 김지노·24)다.

“‘나이 먹고 뭐 하는 짓이냐’는 댓글을 가끔 봐요. 이해합니다. 저도 가끔 그렇게 생각하니까요. 제 음악을 듣는 3분이란 짧은 순간이나마 웃고 즐기신다면 그걸로 만족합니다.”

크레이지노의 데뷔 타이틀곡인 ‘무식해’(MUSICHE)는 제목부터 그의 독특한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곡이다. ‘뮤직’이란 단어를 ‘무식’으로 표현하며 ‘뮤직(음악)을 하고 있는’ 자신의 정체성과 ‘한국말이 서툴렀던’ 과거 에피소드를 위트 넘치는 아이디어로 표현했다.

그의 독특한 발상과 남다른 몸짓은 한 마디로 ‘독특하다’로 설명된다. 자신이 새가 됐다고 외치던 2001년도의 싸이와 닮아 있다. 데뷔하자마자 음악팬들에게 ‘싸이 키드’라는 별칭도 얻었다.

크레이지노는 싸이가 밝힌 ‘B급 정서’에 대해 “자신에게 딱 맞는 옷”이라며 “에너지 넘치고 웃음 가득한 싸이의 음악”을 동경한다고 설명했다. 그의 롤모델이 싸이인 이유도 크게 다르지 않다.

당시의 싸이를 바라보는 시선이 그랬듯 크레이지노가 무대에서 선보이는 표정과 퍼포먼스를 가볍게 접한 이들은 그의 음악을 우습게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사실 그는 데뷔 앨범 전체를 작사 작곡하고 편곡과 프로듀싱까지 책임진 실력파다. 남에게 뒤지지 않을 ‘진중함’이 있기에 서슴없이 가벼울 수 있는 것.

그는 자신의 무대를 보고 웃는 사람들에게서 희열을 느끼고, 음악으로 사람들의 몸과 마음을 치유하고자 하는 꿈 많은 열혈청년이다.
신인가수 크레이지노. 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신인가수 크레이지노. 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하지만 이런 크레이지노도 처음부터 가수를 꿈꾼 것은 아니다. 그는 호주의 한 의사 집안에서 태어나 고등학교 때까지 학교와 지역 클럽팀을 대표하는 축구 선수로 활약했다. 그러던 중 집안의 바람대로 학업에 매진해 의학도가 되어 시드니대에 입학했다.

그러던 중 방학을 맞아 한국을 찾아 우연히 만난 지인들을 통해 내재된 끼와 진짜 하고 싶은 것을 발견하고 가요계에 발을 담그게 됐다.

프로듀서가 되고자 했던 그는 지난 3년간 ‘타짜’, ‘신데렐라 언니’ 등 드라마 OST를 작업하며 내공을 쌓았다. 자연스레 많은 신인 가수의 음악을 접하게 됐고, 그 속에서 음악적 갈증을 느끼다 결국 직접 무대로 나서게 됐다. 데뷔 앨범엔 그의 욕구(?)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어려서부터 호주에서 살며 생활 속에서 배운 오케스트라 음악과 OST를 작업하며 배운 편곡 법을 ‘무식해’에 적용해 기존 음악과 차별화를 두고자 노력했어요.”

크레이지노의 노력은 노래에 국한되지 않는다. 그가 뮤직비디오 촬영 당시 선보인 애드리브와 아이디어에 뮤직비디오의 콘티가 대폭 수정됐다. 완성된 안무도 그가 즉흥적으로 선보인 ‘학춤’에 의해 상당 부분 탈바꿈됐다.

“무대 위 대부분의 행동은 예전 친구들과 놀거나 몸뻬를 입고 클럽 다니던 시절 격하게 흔들어대던 춤사위에서 나온 거예요. 사람들을 웃기려고 한다기보다는 저 스스로 즐거운 것들을 하다 보면 지켜봐 주시는 분들께서 웃고 계세요.”

크레이지노는 가장 기분 좋은 댓글로 ‘웃을 일 없는데 너 때문에 웃는다’를 꼽았다. 그가 추구하는 음악이 바로 ‘힐링’이기 때문이다. ‘크레이지’하고 어이없지만 신나고 듣다 보면 저절로 웃음이 나는 음악.

그가 대한민국 가요계의 ‘힐링 전도사’가 되길 기대해 본다.

“음악으로 소통하고 제 음악으로 힘든 사람을 치료하게 되는 그 날까지 이 한 몸 불사지를 겁니다.”

동아닷컴 오세훈 기자 ohhoony@donga.com
사진|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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