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세월 뛰어넘어… 이승엽, KS 연타석 홈런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0월 25일 03시 00분


코멘트

1회말 2점포… PS 통산 13홈런 최다 타이 기록
한국시리즈 1차전… 삼성, SK 3-1 꺾고 기선제압

대구구장이 함성으로 뒤덮였다. 그가 타석에 등장하면서였다.

0-0이던 1회말 1사 1루. 그는 1스트라이크 1볼에서 SK 선발 윤희상의 시속 128km짜리 바깥쪽 약간 높은 포크볼을 침착하게 받아쳤다. 깊숙한 외야 플라이처럼 보이던 타구는 좀체 멈추지 않더니 기어이 왼쪽 담장을 살짝 넘어갔다. 함성은 굉음으로 바뀌었다.

10년 만에 한국시리즈 무대에 선 ‘국민 타자’ 삼성 이승엽이 24일 열린 한국시리즈(4선승제) 1차전에서 결승 2점 홈런을 터뜨리며 3-1 승리를 이끌었다.

2004년 일본에 진출한 이승엽이 마지막으로 한국시리즈에 출전한 것은 2002년 11월 10일 역시 대구에서 열린 LG와의 한국시리즈 6차전이었다. 이전 타석까지 20타수 2안타로 부진했던 그는 6-9로 뒤진 9회말 1사 1, 2루에서 LG 투수 이상훈을 상대로 기적 같은 동점 홈런을 터뜨렸다. 벼랑 끝에서 살아난 삼성은 다음 타자 마해영이 끝내기 홈런을 터뜨려 창단 후 처음으로 한국시리즈 우승의 기쁨을 누렸다. 당시 삼성 사령탑 김응용 감독이 LG 김성근 감독을 놓고 “야구의 신과 싸우는 것 같았다”는 유명한 말을 남긴 경기였다.

2002년 이승엽이 환호할 때 고개를 숙여야 했던 LG 포수 조인성은 SK 유니폼을 입고 10년 만에 다시 밟은 한국시리즈에서 또 한 번 아픔을 겪었다. 같은 장소, 같은 상대였고 홈런을 맞은 공은 이번에도 변화구였다. ‘10년 만에’ 한국시리즈 연타석 홈런을 때린 이승엽은 포스트시즌 통산 13홈런으로 이 부문 타이기록을 세웠다.

삼성은 7회 1사 2루에서 배영섭의 내야 안타 때 대주자 강명구가 날렵하게 홈까지 파고들며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삼성 선발 윤성환은 5와 3분의 1이닝을 4안타 1실점(비자책)으로 막고 한국시리즈 생애 첫 승을 챙겼고, 8회 2사 1루에서 등판해 네 타자를 퍼펙트로 막은 오승환은 자신이 갖고 있는 한국시리즈 통산 최다 세이브 기록을 ‘7’로 늘렸다. 최우수선수로 뽑힌 이승엽은 “풀스윙을 했기 때문에 홈런이 될 줄 알았다. 그 순간 이길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삼성은 1차전을 이기며 5번째 한국시리즈 우승 가능성을 한껏 높였다. 역대 28차례의 한국시리즈(1차전이 무승부였던 1982년 제외)에서 1차전 승리 팀이 우승한 횟수는 23차례(82.1%)다. 게다가 최근 10년간 한국시리즈에서는 모두 정규시즌 우승 팀이 챔피언이 됐다. 2차전은 25일 오후 6시 같은 장소에서 열린다.
▼양 감독의 말▼


윤성환, 1선발 우려 잠재워

▽삼성 류중일 감독=
이승엽이 10년 만에 한국시리즈 축포를 터뜨려 기분이 좋다. 언론에서 장원삼을 먼저 1차전에 투입해야 한다는 보도가 있었다. 선발 윤성환이 그걸 잠재웠다. 키 플레이어로 지목했던 구원 심창민은 6회 위기를 잘 넘겼다. 처음 출전한 포수 이지영도 대단한 활약을 했다. 3루 코치를 오래했지만 판단하기 힘든 순간이었는데 강명구가 재치 있게 3루를 돌아 홈까지 파고들었다.

윤희상 완투로 2차전에 기대

▽SK 이만수 감독=
선발 투수 윤희상은 7회 정도까지 생각했는데 투구수가 많지 않아 완투시켰다. 윤희상이 길게 던져서 중간투수 과부하가 해소됐다. 2차전부터 좋은 경기를 할 수 있는 기반이 됐다. 삼성 이승엽이 1회 바깥쪽 높은 공을 놓치지 않았다. 그 실투 하나가 유일한 패인이다. 타자들이 기회를 못 만들었는데 2차전에서는 활발한 타격을 기대한다.

대구=이승건 기자 why@donga.com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프로야구#포스트시즌#한국시리즈#이승엽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