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세상/신계철]결핵 없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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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9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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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계철 연세대 원주의대 교수 대한결핵협회 부회장
신계철 연세대 원주의대 교수 대한결핵협회 부회장
우리나라의 경제력은 그동안 괄목할 만한 성장을 보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과 견줄 만한 수준이 됐다. 얼마 전 런던 올림픽에서는 세계 5위의 성적으로 우리나라의 위상을 전 세계에 드높였다. 그러나 결핵에 관해서는 안타깝게도 후진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인구 10만 명당 환자 수 기준으로 2008년에는 전년 대비 4.8% 감소했던 것이 2009년에는 전년 대비 4.2% 늘어나면서 증가 추세로 돌아서서 지난해에는 전년 대비 2.6% 증가했다. 현재 연간 3만5000여 명의 결핵 환자가 발생하고 연간 2300여 명이 사망해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결핵 발생률과 사망률을 기록하고 있다.

결핵 같은 전염병은 경제가 성장하면 전염원 차단 등의 관리 시스템이 잘 갖춰져 발병이 감소한다. 이런 이유로 결핵은 전형적인 ‘후진국형 질병’으로 불린다. 그럼에도 우리나라가 경제 수준에 비해 높은 결핵 발생률을 보이는 이유는 결핵 관리가 체계적으로 이뤄지지 않아 결핵 환자들이 치료에 실패하는 경우가 많고, 제대로 치료받지 않은 사람들이 결핵균을 지속적으로 주변 사람에게 전파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핵이 발생하기 쉬운 취약계층은 면역력이 저하된 이들이다. 학생의 경우 학업성적에 대한 부담, 불규칙한 식생활, 수면 부족으로 인한 피로감 등이 축적된 데다 운동 부족, 체형 관리를 위한 지나친 다이어트 등으로 면역력이 약해지기 쉽다. 질병에 대한 저항력이 좋지 않은 고령자, 건강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는 노숙인도 결핵균에 감염되기 쉽다. 결핵이 만연한 지역이나 국가에서 온 이민자의 경우 결핵균이 몸 안에 잠복한 상태일 수 있다.

최근 한 입시학원에서 결핵환자가 집단으로 발생해 학생과 학부모를 불안하게 했다. 학생들은 같은 공간에서 생활하므로 결핵환자가 생기면 쉽게 주변 학생에게 전파하게 된다. 결핵이 발병할 경우 흉통, 객혈 같은 호흡기 증상, 미열, 식은 땀, 체중 감소 같은 증상이 나타나기도 하지만 뚜렷한 증상 없이 흉부 방사선 사진에서 활동성 폐결핵이 발견될 수도 있다. 증상이 나타나지 않을 수 있으므로 주위 사람들에게 결핵균을 전염시킬 수 있는 환자를 조기에 발견해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 학생이 발병하면 주변 학생에게 잠복결핵에 대한 집단검사를 하고 잠복결핵으로 진단되면 약물을 투여해 결핵으로 발병할 가능성을 차단해야 한다.

결핵 발병 위험이 높은 고령자와 노숙인, 이주민 등도 관리가 필요하다. 정기적으로, 필요하면 수시로 결핵 취약계층에 대한 검진을 해야 한다. 현재 중증 결핵환자에게 입원명령제를 실시하지만 환자가 이를 거부하고 잠적하면 방치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환자가 의무적으로 입원해 치료를 받도록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 입원이 필요하지 않은 결핵 환자들은 주로 민간 병·의원에서 치료를 받지만, 저소득층이나 경제능력이 없는 홀몸노인, 노숙인 등이 비용 부담 없이 치료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결핵은 6개월간의 투약으로 완치될 수 있는 병이다. 그러나 2, 3주 투약 뒤에 증상이 호전되면 완치된 것으로 여기고 투약을 중단한다든지, 위장장애나 피부발진 등의 부작용을 감당하지 못해 치료를 포기해 결핵이 재발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만큼 꾸준한 치료가 필요하다. 주변의 결핵 환자에 대한 조기 발견과 적극적인 치료가 우리 사회를 결핵 없는 세상으로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다.

신계철 연세대 원주의대 교수 대한결핵협회 부회장
#결핵#경제력#경제협력개발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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