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정화 감독 “귀화선수, 반드시 필요한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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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8월 20일 15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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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정화 감독. 동아닷컴DB
현정화 감독. 동아닷컴DB
[동아닷컴]

“현재로서는 귀화선수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런 생각(귀화 선수 인원 제한)은 보다 장기적인 계획이 완성된 후에 해도 늦지 않아요.”

현정화(42) 런던올림픽 여자 탁구대표팀 총감독이 올림픽 기간 중 발생한 ‘귀화선수 논란’에 대해 입을 열었다.

‘탁구 최강’ 중국의 많은 선수들이 타국으로 귀화해 대표팀으로 뛰고 있다. 특히 여자 탁구는 한국의 당예서(32)-석하정(28·이상 대한항공)을 비롯해 펑 티안웨이(26·싱가폴), 우 지아두오(35·독일), 센 얀페이(33·스페인), 리 지에(28·네덜란드), 리 퀴안(26·폴란드) 등 사실상 중국계가 전 세계를 석권한 상황.

반면 탁구 강국으로 거듭난 일본대표팀에는 귀화 선수가 별로 없다는 점이 눈에 띈다. 남자 탁구의 미즈타니 준(23)-키시카와 세이야(25), 여자 탁구의 후쿠하라 아이(24)-이시카와 카스미(19)는 이미 세계적인 강자 반열에 올라섰다. 이번 올림픽을 오상은(35·KDB대우증권)-주세혁(32)-유승민(30·이상 삼성생명), 김경아(35)-당예서(32·대한항공)-박미영(31·삼성생명) 등 30대 노장들로 치른 한국과는 대조적인 모습.

현 감독은 최근 동아닷컴과의 전화통화에서 일본 탁구의 선전 이유로 잘 갖춰진 인프라와 장기적인 안목으로 추진된 계획성을 들었다. 현 감독은 “일본은 이미 10여년 전부터 중국 선수들을 대거 연습파트너로 받아들여 훈련했다”며 “주니어 선수들이 장기간 합숙하며 훈련할 수 있는 인프라도 갖췄다. 한국의 주니어 선수들과는 환경 차이가 크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번 런던올림픽 남자 단체전 은메달을 따낸 주세혁(32·삼성생명)은 결승전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국가대표나 국내 대회 때 귀화 선수의 수를 제한해야 한다. 특히 여자팀은 심하다”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귀화 선수로 인해 경기력은 향상됐지만 국내 탁구계 토양이 황폐화됐다는 것.

주세혁의 이 같은 발언은 이번 올림픽대표팀에 'P카드‘로 합류했던 김민석(20·KGC인삼공사)을 비롯해 정영식(20·KDB대우증권)-이상수(22)-서현덕(21)-정상은(22·이상 삼성생명) 등 젊은 선수층이 깊은 남자 탁구와 달리 양하은(19·대한항공)-전지희(20·포스코에너지) 정도만이 꼽히는 여자 탁구의 차이도 함께 지적한 것이다.

하지만 현 감독은 이에 대해서도 “선수로서 보는 눈과 행정가로서 보는 눈의 차이”라며 “선수층의 차이를 귀화선수에서 찾는 것은 남녀 탁구의 현실적인 차이를 생각하지 않은 말이라 아쉽다”라고 반박했다.

“한국 탁구는 힘든 상황에서도 그나마 꾸준히 올림픽 4강에 드는 등 메달권 전력을 유지해왔다는 거예요. 아예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면 그 떨어진 전력을 따라잡기까지 몇 년이 걸릴지 모르는데, 그러다간 한국 탁구가 큰 위기를 맞을 수도 있어요.”

또한 현 감독은 “남자 선수들은 빠르면 중학교 때부터 연습상대로 태릉선수촌에 출입하면서 관리를 받는다. 김민석이나 이상수 같은 젊은 선수들은 물론, 오상은-주세혁-유승민도 그렇게 성장했다”라고 남녀 탁구 사이의 차이도 지적했다.

“남자 탁구의 저변은 그렇게 꾸준한 투자와 관리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겁니다. 여자 탁구에서 그렇게 키운 선수는 양하은 하나고, 그나마도 남자 선수들에 비하면 잘 관리받은 것도 아니에요. 모든 문제를 귀화선수 문제 하나로 볼 수는 없어요. 한국은 현실적으로 태릉선수촌밖에 없으니까. 한국 여자 탁구는 이제 시작입니다.”

동아닷컴 김영록 기자 bread425@donga.com
사진|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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