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편지/유지훈]청소년들에게 화를 참기보다 풀 수 있게 도와야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6월 15일 03시 00분


코멘트
보험금 6억 원을 타내려고 학교 후배를 시켜 자신의 부모를 살해하려 한 10대가 있었다. 부모의 살인을 사주한 아들은 “부모에게 화가 났다”고 했다. 그 한마디 안에 무수히 많은 이유가 숨겨져 있겠지만, 결과적으로 그 대답은 청소년들이 화를 참는 공부가 필요하다는 사회적 여론을 형성시켰다.

하지만 도덕과 윤리도 팽개치는 현실 앞에서 감정의 관리방법을 학습시킨다고 해서 그 결과가 어른들의 기대치에 부응할지 미지수다. 자신의 의사와 관계없이 좋은 대학의 이름을 얻기 위해 쉼 없이 공부해야 하고, 학교폭력의 희생양이 되기도 하는 등 다양한 화의 근원들이 괴롭히는 현실에서 그 화를 다스리기엔 청소년들은 너무 어리다. 나이가 들고 지식과 경험이 충분히 쌓인 어른 또한 자신의 화를 이기지 못하는 사람이 태반인 게 현실이다.

화를 참는 교육보다는 그들이 올바르게 화내도록 도와야 한다. 나 역시 청소년기에는 항상 뭔가에 화가 나 있었는데, 은사님의 적극적인 관심과 독서, 축구 등의 취미로 이겨냈다. 그런 경험 때문에 동네를 배회하는 청소년들에게 먼저 말을 걸어봤다. 같이 축구를 하자는 한마디에도 욕설과 시비가 돌아왔다. 하지만 적극적으로 다가간 덕분에 토요일마다 뜨거운 햇살 아래 즐겁게 땀을 흘리는 사이가 됐다. 그 친구들을 가르치려고 하지는 않는다. 다만 그들이 조금씩 변할 수 있게 격려하고, 도움을 청하면 도와주려고 한다. 공 하나로도 청소년들이 올바르게 화를 풀 수 있게 도울 수 있다.

유지훈 부산 금정구 구서동
#청소년#도덕#윤리#감정 관리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