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황일순]핵안보회의 성공위해 政爭 잠시 접자

  • Array
  • 입력 2012년 2월 23일 03시 00분


코멘트
황일순 서울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
황일순 서울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
3월 26, 27일 서울에서 열리는 핵안보정상회의는 핵테러에 대한 대책을 논의하는 장이다. 세계 50여 정상이 참석하는 우리 역사상 최대의 정상회의가 다가왔지만 아직도 많은 국민이 그 의의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일부 시민단체는 핵안보를 위해 원자력 발전을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대 핵무기는 핵융합 반응을 이용하여 히로시마에 투하됐던 원폭보다 수천 배 더 강력하기에 투하지점에서 불길이 반경 몇 km나 번질 수 있고, 충격파가 수백 km 떨어진 곳의 건물까지 붕괴시킬 수 있다. 뒤따라오는 방사성 낙진과 핵구름까지 고려할 때 약 100기의 첨단 핵무기로 세계가 절멸될 수 있다고 한다.

이처럼 핵무기는 군대와 민간을 구별하지도 못하고 국경과 세대를 넘어서는 재앙을 불러오는 반인류적인 흉기다. 그러므로 핵 군축과 핵 비확산 그리고 핵안보를 추구하는 것은 마땅한 일이다. 화학무기나 생물무기와 같이 강력한 국제조약을 만들어 제조나 사용을 금지하는 것이 국제사회의 당면한 목표다.

앞으로 어느 나라든 핵무기를 사용하면 인류의 공적이 될 것이다. 그래서 선진국들은 기술과 재력을 가지고도 핵무장을 추구하지 않는다. 반면 핵무장의 유혹에 빠진 나라는 고립으로 경제가 쓰러지고 핵실험으로 국토가 오염된다. 함경도 송이버섯으로 매년 수천만 달러를 벌어들였던 북한이 핵실험으로 일본 수출길이 막혔다고 한다. 따라서 핵무기를 멀리하고 개방으로 경제를 일으키는 것이 현명한 길이다. 개발도상국들이 원자력 발전을 도입하고 경제를 일으키면 국제교역이 활발해지고 핵무장의 유혹에서 벗어나게 된다. 경제에서 에너지의 비중이 커질수록 평화적 원자력이 핵 비확산에 미치는 긍정적인 효과 또한 커질 것이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개도국들의 원전 도입에 대한 교육에서 한국의 모범적인 원자력 역사를 본받을 모델로 가르치고 있다.

하지만 지난 반세기 동안의 냉전 속에 이미 세계 각처에 수만 기의 핵탄두가 쌓였고, 약 10만 기를 더 만들 수 있는 고농축우라늄과 플루토늄이 비축돼 있다. 국가 간의 전쟁은 억제되고 있으나 테러는 더 격렬해지고, 핵무기를 제작하고 작동하는 기술이 공개돼 있다. 옛 소련 붕괴 후 핵물질의 암거래도 증가했다. 따라서 테러집단이 핵물질을 입수하지 못하도록 막는 것은 시급하고 중요한 일이 됐다.

2010년 열린 1차 워싱턴 핵안보정상회의에서 고농축우라늄과 플루토늄을 평화적인 핵연료로 바꾸거나 안전하게 처분해 테러 위험을 차단하는 노력이 시작됐다. 이번 서울 정상회의에서는 더 많은 나라가 이 조치에 참여할 것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에는 핵물질이 없으나 원전에 대한 테러 위험을 무시할 수 없다. 연료를 가득 실은 대형 항공기가 원전을 공격한다면 체르노빌 사고와 같은 대재앙이 일어날 수 있다. 최근 이란 핵시설을 공격하려는 이스라엘에 세계가 반발하고 있는 이유도 비극적인 선례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한 달 앞으로 다가온 핵안보정상회의는 핵테러 대책에 대한 합의를 도출하는 자리다. 의장국인 우리나라는 여러 나라의 갈등을 조정하고 합의를 끌어내는 책임을 맡게 된다. 여기에 성공한다면 많은 나라로부터 신뢰를 얻고 안보 협력관계를 구축할 절호의 기회가 될 것이다. 과거 일제강점기에 우리 임시정부는 열강들의 인정을 받는 데 실패했기에 남북 분단의 비극을 맞았다. 이제 세계 안보클럽에서 핵심국가가 되도록 정치적 논쟁은 잠시 내려두고 성공적인 핵안보정상회의가 되도록 국력을 모아야 할 때다.

황일순 서울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