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고영선]복지 혜택 받으려면 세금 더 내라

  • Array
  • 입력 2012년 2월 16일 03시 00분


코멘트
고영선 KDI 연구본부장
고영선 KDI 연구본부장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각 정당이 경쟁적으로 새로운 복지사업을 약속하고 있다. 누가 선거에서 승리하든 복지가 크게 확대될 것은 거의 확실하다. 일각에서는 이것이 피할 수 없는 시대의 정신이라 말하고, 다른 일각에서는 망국적인 포퓰리즘의 홍수라고 한다.

사실 어느 정도의 복지 지출이 바람직한가에 대한 정답은 있을 수 없다. 이는 국민의 선호에 따라, 또 경제 여건에 따라 결정할 문제다. 예컨대 스웨덴은 높은 수준의 복지 혜택을 국민에게 제공하지만 시장 지향적인 경제체제와 튼튼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별문제 없이 나라를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어느 경우든 한 가지 지켜야 할 원칙이 있다. 그것은 재정건전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재정 지출을 늘리려면 그에 상응해 조세 수입도 늘려야 한다. 그러지 않을 경우 재정 적자와 정부 부채가 누적돼 거시경제의 안정성을 심각하게 위협할 수 있다. 이는 최근 남유럽 재정위기에서 잘 알 수 있다. 남유럽 국가들과 달리 스웨덴은 1990년대 중반부터 건전화 정책을 적극 추진해 2000∼2010년 평균 국내총생산(GDP)의 1%에 해당하는 재정 흑자를 달성했다.

조세 수입을 늘리려면 구체적으로 어디서 늘릴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와 우리나라를 비교해 보면 우리나라는 개인소득세와 사회보장기여금의 부담이 유난히 낮다. GDP 대비로 볼 때 개인소득세 수입은 OECD 평균이 9.1%(2007년)인 데 비해 우리나라는 4.0%(2008년)에 불과하다. 사회보장기여금은 각각 9.0%와 5.8%다. 반면 법인소득세나 재산세, 소비세의 경우 차이가 크지 않다.

우리나라에서 국세와 지방세를 합한 개인소득세 최고한계세율은 38.5%로 OECD 평균 39.6%(2010년)와 거의 비슷하다. 그럼에도 개인소득세 수입이 적은 것은 인적공제와 같은 비과세 및 감면이 많아 세율이 제대로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2010년에 소득세를 전혀 내지 않은 사람은 41.1%였다. 또 실효세율은 매우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제조업 평균임금(연간 약 3500만 원)을 받는 독신 근로자의 실효세율은 국세와 지방세, 사회보장기여금을 합쳐 11.9%(2010년)다. 반면 일본은 20.8%, 미국은 22.9%, 스웨덴은 24.7%, 독일은 39.2%에 이른다.

아이러니하게 비과세와 감면은 저소득층보다 고소득층에 더 많은 혜택을 준다. 예컨대 새로운 공제제도로 인해 1000만 원의 소득이 과세 대상에서 추가로 제외됐다고 하자. 1000만 원의 소득에 대해 저소득층은 어차피 낮은 세율로 세금을 내고 있었으므로 조세 부담이 조금 줄어든다. 그러나 고소득층은 높은 세율로 세금을 내고 있었으므로 조세 부담이 크게 줄어든다. 신용카드 사용액에 대한 소득공제도 결국 소비지출이 많은 고소득층에 유리한 제도다. 따라서 비과세 및 감면을 줄인다면 저소득층의 세금 부담이 늘어나긴 하지만 고소득층의 세금 부담은 훨씬 더 늘어나게 된다.

비과세 및 감면의 축소는 이처럼 수직적 형평성을 제고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또 안정적인 과세기반을 확보해 조세 수입을 증대하는 데도 효과적이다. 3억 원 이상의 과표 구간에 대해 38%의 소득세율을 부과하는 방안이 최근 국회에서 확정됐는데, 이는 조세수입 증대에 별로 기여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일각에서 말하듯 복지 확대가 시대의 정신이라면 가난한 사람은 가난한 대로, 부유한 사람은 부유한 대로 모두 세금을 내 복지국가 건설에 동참하는 것이 진정한 의미의 사회통합을 위해 가장 중요한 과제로 보인다.

고영선 KDI 연구본부장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