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김문경]공연장의 휴대전화 벨소리 ‘테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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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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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경 음악칼럼니스트
김문경 음악칼럼니스트
10일 휴대전화 벨소리로 인해 뉴욕 필하모닉의 공연이 중단되는 일이 생겼다. 앨런 길버트가 말러 교향곡 9번 마지막 악장을 연주하던 도중 이른바 ‘아이폰 사건’이 터졌다. 조용한 부분에서 마림바(실로폰의 일종) 벨소리가 길게 울렸고, 참다못한 지휘자는 연주를 멈췄다. 유튜브에는 말러 교향곡 9번과 마림바 벨소리를 합성한 영상이 등장해 당시의 악몽을 재현하고 있다. 휴대전화가 공연의 감흥을 망친 일종의 ‘테러’가 된 셈이다.

뉴욕필 연주 망친 객석의 부주의

국내에도 이와 유사한 사건이 있었다. 작년 3월 8일 리카르도 샤이가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를 이끌고 내한해 브루크너 교향곡 8번의 엄숙한 느린 악장을 연주할 때 휴대전화가 오랫동안 울려 음악 애호가들의 빈축을 샀다. 콘서트가 끝난 뒤 지휘자는 “연주를 계속했지만 분명 벨소리에 영향을 받았다”고 말했다. 인류 발명품 중 가장 성가신 것의 하나인 휴대전화 벨소리가 이제 일상의 소음을 넘어 공연장의 ‘폭탄’ 역할을 하고 있다.

클래식 음악은 음량이 비교적 일정한 대중음악과 달라 소리가 큰 부분과 작은 부분의 차이가 현격하다. 이 때문에 약간의 소음에도 민감할 수밖에 없다. 전파차단기를 공연장에 도입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지만 아직 법적으로 허용되지 않았기 때문에 관객의 에티켓에 맡길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설사 전파차단기를 설치하더라도 알람 벨소리를 막을 수는 없기 때문에 청중이 조심하는 수밖에 없다. 이번 ‘아이폰 사건’도 착신음이 아닌 알람이 울린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휴대전화 기종에 따라서는 전원을 꺼도 알람이 울리는 경우가 있다고 하니 자신이 공연장의 ‘공공의 적’이 되지 않으려면 어느 정도 기기 사용법을 숙지할 필요가 있다. 조용한 부분에서는 진동음도 거슬리므로 진동으로 전환하는 것도 좋은 선택은 아니다. 공연 도중 불쑥 전화기의 전원을 켜 객석 주위를 환하게 밝히는 일은 ‘민폐’에 해당된다.

공연장 측도 이 문제에 대해 깊이 있게 논의하고 사전 방송으로 에티켓을 적극 알릴 책임이 있다. 공연 때마다 이전에 녹음된 것을 동일하게 틀어서는 청중에게 긴장감을 부여하기 어렵다. 국내 한 공연장은 사전 방송에서 현장감 있게 재치 있는 멘트를 곁들여 큰 호응을 얻은 바 있다. 암스테르담 콘세르트허바우홀처럼 공연 전 일부러 휴대전화 벨소리를 크게 방송해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방식도 효과적이다.

또한 박수 에티켓도 중요하다. 2008년 바이올리니스트 안네 소피 무터의 내한공연에서 박수가 악장마다 터져 나와 연주자가 손가락을 입에 가져가며 박수를 저지했던 일이 있었다. 교향곡이나 소나타의 경우 모든 악장이 끝나고 박수를 치는 것이 관례다. 설령 곡의 마지막을 모른다고 해도 박수 치는 포인트는 직관적으로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지휘자가 지휘봉을 내리거나 피아니스트가 손을 들고 일어설 때 박수를 치면 되는데 항상 더 성급하게 혹은 더 자주 쳐서 문제가 되는 것이다.

타인 배려해 ‘안다 박수’도 삼가야

곡이 끝나자마자 성급히 터져 나오는 박수, 일명 ‘안다 박수’는 더 큰 문제다. 특히 조용히 끝나는 곡이나 종교음악의 ‘안다 박수’는 마지막의 감동과 여운을 즐기고 싶은 다른 청중의 감흥을 해치는 ‘테러’에 해당한다. 즉 자신이 곡이 끝났음을 안다고 자랑하는 꼴밖에 되지 않는 것이다. 종교음악의 경우 ‘브라보’는 자제하는 게 마땅하다. 예를 들어 죽은 자를 위한 미사인 진혼곡이 끝나고 ‘브라보’를 외친다면 어떤 의미가 될까?

공연 에티켓의 기본은 타인에 대한 배려에서 출발한다. 공연 전 휴대전화의 전원을 완전히 끄는 것과 성급하게 박수를 치지 않는 것만 지켜도 성숙한 공연문화의 많은 부분을 성취할 수 있다.

김문경 음악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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