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한규철]中 동북공정에 당당하게 대응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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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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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규철 경성대 사학과 교수 고구려발해학회 회장
한규철 경성대 사학과 교수 고구려발해학회 회장
중국 관영 매체인 중국중앙(CC)TV의 다큐멘터리 ‘창바이산(長白山·백두산)’이 문제가 되고 있다. 중국의 동북공정 작업이 여전하다는 점이 확인됐다. 드라마가 아닌 이 다큐는 발해사(698∼926)에 대해 객관적 역사 사실을 많이 왜곡하고 있을뿐더러 고구려와 발해의 후손을 자처하는 한국인들의 역사적 자존심을 손상시키고 있다.

발해는 고구려와 상관없는 말갈인들이 세운 나라로 당나라 지방정권이었다는 것이다. 이번 다큐에서는 대조영이 당나라 사신 최흔 앞에서 무릎을 꿇는 장면까지 연출했다. 그러나 신당서도 발해가 ‘사사로이’ 연호(年號)와 왕들이 죽은 후 사용되는 시호(諡號)를 썼다고 밝히고 있다. 또 발해인들의 무덤을 통해 발해는 황제(皇帝)와 황비(皇妃)를 자처했던 황제국으로 확인됐다. 발해는 고구려 지역에 세워진 나라로 주민 대부분이 고구려인들이었고, 왕 스스로 ‘고구려국왕’을 자처했으며 문화적으로도 고구려인이 사용하던 온돌을 그대로 쓴 고구려유민국이었다. 말갈이란 왕조의 변방주민들을 낮춰 부른 종족명으로 광개토태왕비 등에도 등장하지 않던 이름이다.

그럼에도 중국이 노골적으로 관영 CCTV에서 이런 주장을 거듭하고 있는 것은 백두산을 중심으로 내려오는 중국 내 조선족사와 만주사의 중국사화에 있다고 할 것이다. 이의 연장선상에서 발해유적들에 대한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위한 사전 정지작업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백두산은 고조선, 고구려, 발해지역이기도 했고 한민족과 만주족의 발상지로 숭상되는 곳이다. 발해가 고구려와 다른 말갈의 왕조이자 당나라 지방정권으로 고착화되면서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될 때 귀결되는 결과는 한국사에 심각할 수 있다.

중국은 동북공정 등에서 확인된 바와 같이 소수민족사의 중국사화에 진력하고 있고, 한반도와 주변 나라들의 정세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전략을 중시한다. 한국인들이 우려하는 점은 1950년대 중국이 티베트를 군사적으로 중국화한 것을 교훈으로 삼는 부분이다. 북한정권의 향방이 불분명한 상황에서 중국이 북한에 대한 영향력 강화를 넘어 고구려와 발해의 당나라 지방정권설을 명분 삼아 북한을 중국 동북 4성의 일부로 획책할 가능성이다. 이런 우려가 단순한 기우였으면 하지만 중국의 역사 왜곡을 보고 있노라면 현실은 녹록지 않은 것 같다.

우리도 반성할 점이 많다. 정계와 동북아역사재단은 독도문제 등 일본관계에는 큰소리를 치면서도 중국과의 관계는 ‘평화’에 지나치게 무게를 두고 있다. 정체성 확립과 역사 지키기의 역사재단이 평화재단으로 기능한 지 오래다.

중국 내 발해유적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고구려와 다른 말갈국 내지 당나라 지방정권을 전제로 한 유산 등재는 반대할 수 있다고 본다. 중국의 발해유적 세계문화유산 등재에 대응하기 위한 남북 문화 학술적 관련자들의 대화도 절실하다. 고구려 고분벽화의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둘러싸고 협력했던 남북관계를 생각할 수 있다.

역사는 과정이 중요하다. 현재를 기준으로 과거 역사를 소급해 역사를 규격화하는 ‘역사공정’은 마땅히 배격해야 한다. 중국의 ‘역사 제국주의’에 대응하기 위해 일부는 ‘역사의병’을 자처하고 있다. ‘역사 안보’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것이 힘없는 시민만의 외침이어서는 안 된다. 한국사는 방어적 민족주의가 대세였기에 이를 나무라고 질시해서도 안 된다. 살수대첩, 귀주대첩, 행주대첩 등 큰 전쟁 기록은 모두 방어에 성공한 큰 승리였다. 정부도 역사 지키기의 역사전쟁에 슬기롭게 대처하기를 기대한다.

한규철 경성대 사학과 교수 고구려발해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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