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가 희망이다] 허정무 감독 “난 월드컵 16강 감독…다시 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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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월 5일 07시 00분


인천 허정무 감독이 2012년 다시 한 번 유쾌한 도전에 나서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작년 시즌보다 공격적인 축구를 위해 겨울 이적시장 동안 공격수를 대거 보강했다. 스포츠동아DB
인천 허정무 감독이 2012년 다시 한 번 유쾌한 도전에 나서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작년 시즌보다 공격적인 축구를 위해 겨울 이적시장 동안 공격수를 대거 보강했다. 스포츠동아DB

도전을 즐기는 사나이
인천UTD 허정무 감독


2012시즌에는 ‘유쾌한 도전’을 할 수 있을까. 인천 유나이티드 허정무(57) 감독의 머릿속엔 희망으로 가득하다. 서울 방배동 서래마을의 한 찻집에서 만난 허 감독은 갑자기 ‘달걀(알) 이론’을 꺼냈다. 내용은 간결했지만 깊은 의미가 있었다. “알은 남이 깨뜨리면 요리감에 불과하다. 하지만 스스로 깨고 나오면 부화가 된다. 남이 해주길 바라지 않겠다. 우리 인천이 스스로 (막연한 부정적 인식을) 떨쳐내겠다.” 허 감독은 “우린 꼭 일어선다. 기대해도 좋다”고 장담했다.

승부조작 루머·의문의 죽음
지난해 인천 솔직히 만신창이

부족한 뒷심·결정력 부족 대안
트레이드 등 공격수 보강 전념

아픈 만큼 성숙해질 것이라 믿고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서겠다

- 요즘 읽고 있는 책이 있으세요?

“김난도 교수의 ‘아프니까 청춘이다’를 읽고 있어요. 이 책에서 보니 알은 스스로 깨어나면 부화라고 하죠. 인천에 대입해 봤어요. 비록 지금은 어렵지만 진돗개처럼 강한 근성, 오뚝이처럼 일어서는 정신력까지 포기하지 않으렵니다. 제 인생 자체가 안주가 아닌 도전하면서 새로운 걸 깨나가는 거니까.”

- 인천의 2011년은 어땠나요.

“솔직히 만신창이였죠.(웃음) 얼마 전, TV 토크 쇼를 보는데 패널로 나온 한 교수가 ‘생각의 지도’라는 주제로 얘기를 했어요. 요지가 사람이 빤한 일만 당하다보면 뻔한 일 밖에 할 수 없다는 거였는데. 살다보면 황당한 일도 경험하고 그러잖아요. 인천이 꼭 그랬죠. 돌멩이에 채이고, 걸려 넘어지기도 했고. 느닷없이 어려운 일도 당했고. 이래저래 힘들었어요.”

- 어떤 부분이 가장 힘들었어요?

“성적이 문제가 아니었죠. 여전히 의문스러운 소속 선수의 죽음, 여기에 승부조작에 연루돼 있다는 특정 선수에 대한 루머까지. 정말 알아보기 위해 노력도 많이 했어요. 증거도 없고, 본인이 직접 아니라고 하는데. 선생님 입장에서 추궁할 수도 없고. 참 답답했어요. 주위에서 계속 연계시키니까 정말 ‘우리가 했나?’란 의문이 ‘우리가 했나보다’로까지 인식이 바뀔 정도였죠.”

- 화제를 바꿀게요. 올해는 어떨까요.

“솔직히 시민구단 입장에선 예산 문제는 항상 따라다니죠. 그래도 어느 정도 골격이 잡혀가는 느낌이에요.”

- 좋은 선수 좀 영입했다는 말씀?

“올해 새로 들어올 아이들, 트레이드 통해 영입될 아이들로 한 번 만들어야죠. FA로 영입할 순 없어요. 솔직히 (김)정우를 생각했는데, 예산을 10억 원까진 생각했어요. 한데, 이 정도 액수로는 불가능하더군요. 빨리 접었죠. (김)남일도 욕심은 나는데, 잘 안 되네요.”

- 승강제를 놓고 시민구단들의 반발이 심하죠.

“승강제는 무조건 찬성입니다. 다만 2부 리그의 시스템은 만들어놓고 관련 논의를 하는 건 어땠을까요? 2부 리그 구성이 안 돼 있잖아요. 가이드라인을 제시했으면 해요. 과연 승격 자격을 땄다고 올라올지도 염두에 둬야 하고요. 대안부터 마련했어야 한다는 생각이죠.”

- 인천은 올해 어떻게 될까요?

“작년보다 나쁠 수 있을까요? 시민구단에 와보니 정말 어려운 건 맞아요. 예산만 놓고 봐도 소총과 대포의 차이? 뒷심도 많이 약했죠. 내용은 좋았는데, 막판에 뒤집히고, 그것만은 꼭 바꿔볼 계획입니다.”

- 무승부가 많다고 해서 ‘허무 축구’라고들 하죠.

“(한참 생각하다) 참 재미있어요. 작년 저희가 서울과 두 번 다 비겼죠. 수원과도 한 번씩 승패를 나눴어요. 누가 더 아팠을까요? 전 공격수 출신이죠. 스스로 수비 축구를 용납할 수 없어요. 잠가 본 적도 없죠. 물론 ‘닥치고 공격’은 선뜻 선택할 순 없어요. 전력의 차이도 있으니까요. 결정력 부족이 큽니다. 그래도 새 판을 짜려고 공격수를 많이 데려왔어요. 다만 무승부 축구니, 수비 축구니 하는 평가는 서운했죠. 월드컵 16강 감독이란 기대심리도 조금 영향을 줬을 거고요.”

- 유쾌한 도전의 핵심은 뭘까요?

“즐겨야죠. 압박 받지 않고, 결과에 얽매이지 않고요. 어쩔 수 없이 져도 항상 다음이 기대되는 축구를 하고 싶어요. 작년에도 실패는 아니었어요. 우승을 위해 존재하는 팀과 그렇지 않은 팀은 차이가 있죠. 저희가 그간 좋은 선수들을 많이 내보내고 그만한 전력 확보는 잘 못했어요. 인정해요. 나쁜 결과에 변명할 생각도 없고요. 그래도 아픈 만큼 성숙해질 것이라고 약속합니다.”
● 허정무 감독은?

▲ 생년월일 : 1955년 1월 13일
▲ 학력 : 영등포공고-연세대
▲ 선수경력 : 한전(78) PSV(80∼83) 현대(84∼86) 멕시코월드컵(86)
▲ 지도자경력
- 이탈리아월드컵 트레이너(90)
- 포항 코치(91∼92)
- 포항 감독(93∼95)
- 미국월드컵 코치(94)
- 전남 감독(95∼98)
- 시드니올림픽 감독(2000)
- 전남 감독(05∼07)
- 남아공월드컵 감독(2010)
- 인천 감독(2010. 8∼현재)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트위터 @yoshike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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