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플러스/장규수 박사의 ‘스타시스템’] 해외 진출의 명과암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2월 26일 14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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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장은 그저 비좁으니 밖으로 나가자?
●나이어린 아이돌, 누가 밖으로 떠밀고 있나

원조 아이돌스타로 불리는 H.O.T 출신 이재원이 중국에서 음반을 출시하고 활동을 시작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그는 올봄 제대 직후 국내가 아닌, 중국의 엔터테인먼트사와 계약을 체결하고 음반을 준비해왔다.

이재원 외에도 장우혁도 작년부터 중국 최대 엔터테인먼트사와 계약하고 중국에서 활동하고 있고, 요즘 대부분의 아이돌스타들은 일본과 중화권을 무대로 활동하기 시작한다.

보아, 동방신기, 소녀시대, 카라, 티아라, 초신성 등 어지간한 아이돌스타들은 일본에서 활약 중이고, 중국뿐 아니라 홍콩, 대만, 싱가포르 등 아시아를 무대로 현지 기획사를 통해서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한국음악시장은 좁으니 밖으로?

2001년 보아가 일본시장에서 성과를 거둘 때, SM엔터테인먼트 이수만 회장은 "일본은 한국 음악시장에 비해 약 20배나 크다. 해외진출은 당연한 결과다"고 언급했다. 이후 JYP와 YG엔터테인먼트의 소속가수들은 아예 미국시장의 직접 진출을 시도하기도 했다. 이른바 해외 진출이 대세가 된 것이다.

과연 한국의 음악시장은 돈이 안 될 정도로 작을까?

2010년을 기준으로 한국의 음악시장은 약 3조9000억 원 수준이다. 이 중에서 디지털 음원시장이 83.3%를 차지한다. 이제 음악산업 중 오프라인 외에 온라인시장 즉, 유무선 인터넷을 통한 음악의 유통시스템이 정착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이는 2006년에 비해 2007년에 조금 줄어들었다가 2008년에 늘어난 이후의 결과다. 좀 더 길게 본다면, 2004년 약 1조8000억 원에서 2008년 약 2조6000억 원으로 두 배 가까이 성장한 실적이다.

이러한 결과를 볼 때, 2000년대 접어들며 불법복제의 위기를 겪을 때 음악시장이 어렵다는 볼멘소리를 하던 얘기는 이미 철지난 투정으로 비친다.

게다가 최근 케이팝(K-POP)의 인기몰이로 인해 엔터산업에 자본이 대거 몰리고 있으며, 연예계 종사자들도 급속히 늘고 있다.

최근 국세청이 발간한 국세통계연보에는 연예계 종사자가 2010년에 17만 명을 넘어선 것으로 조사결과가 나왔다. 이는 2009년에 비해 무려 40%나 급증한 결과인데, 그 중에서 가수가 7400명에서 1만 1500명으로 55%나 증가했다.

물론 연예계의 많은 이들이 아르바이트 등 비전문직으로 일하거나 세무조사의 범위에서 벗어나는 것을 볼 때 실제로 그 수는 훨씬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음악시장의 대변화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수들의 수입은 전년대비 11.9%가 줄어든 848만 원이라고 한다. 한국 가수들의 평균 연간수입이 고작 848만 원이라고? 우리가 언론을 통해서 듣는 억대의 수입과는 아주 거리가 먼 결과다.

그리고 디지털음원의 유통이 늘어난다 하더라도, 과거 음반이 100만 장 이상 팔리던 때와는 격세지감을 느낄 수 있다. 이제 열 곡 이상 수록하는 정식앨범은 찾아보기 힘들어졌고, 제작비를 아끼기 위해 서너 곡을 수록한 미니앨범이 유행이다. 어차피 가수가 활동할 때 필요한 곡은 두세 곡만 있으면 되기 때문이다.

그나마 음악이 팔려서 먹고 살 수 있는 가수들도 있겠지만, 대다수의 가수들은 음악 활동으로만 생계가 유지되기 힘든 현실이다.

얼굴이 좀 알려지면 각종 예능프로그램에 잠잘 시간도 없이 불려 다니고, 심지어 연기와 MC 그리고 광고모델로 돈을 벌기위해 다녀야 한다. 그래야만 자신의 음악을 제작하는데 참여한 수십 명이 살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환경에서 아이돌스타들은 더 큰 시장에서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일본과 중국 등으로 내몰리고 있다. 그들의 개인적 생활과 가정까지 포기한 채 말이다.

이렇게 힘들고 열악한 환경 때문에 원더걸스의 멤버 중 한 명이 학업 등을 이유로 미국 활동을 포기했고, 올 초에는 카라 사태를 비롯한 문제점들도 발생하고 있다.

그럼, 한국가수들은 왜 자꾸 해외로 나가는 것일까?

■꿈과 돈벌이의 사이에 방치된 아이돌

첫째, 한국시장에서 1위를 차지한 스타들은 더 넓은 시장을 정복하려고 한다. 목표는 계속 높아지게 마련이다. 디지털매체의 급속한 발전으로 문화혼종의 시대에 살고 있는 지금의 세대들은 한국음악, 일본음악의 구분이 없어졌다.

이 같은 환경의 변화는 그들의 목표가 불가능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될 수도 있다. 그러나 아시아 이외의 지역, 백인들이 주도하는 서양에서도 그들의 음악과 춤 그리고 외모를 모방한 K-POP이 시장에서 안착할 수 있을까?

둘째, 과도한 자본이 유입된 연예계에는 해외진출만큼 투자자에게 매력적인 계획이 또 있을 수 없다. 한류와 넓은 해외시장의 소비력을 빙자하며 너도 나도 해외 진출을 추진한다. 사실 해외에서 활동하며 음악을 판매할 수 있는 유통망도 없으면서, 현지의 대형회사에게 불리한 조건으로라도 매달리며 무조건 진출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결국 돈은 해외 대형유통사들이 벌게 되는데 말이다.

심지어 지난주에는 일본에서 불법체류하며 공연활동을 하던 신인 아이돌그룹이 발각되기도 했다.

가수는 노래를 잘하는 실력으로 판단되어야 한다. 연예활동의 절반을 해외에서 보내는 아이돌스타들의 혹독한 스케줄은 창작활동에 전념할 수 없게 만든다. 그냥 모든 것은 회사에서 다 지원할 테니, 가수들은 그저 무대에서 웃고 춤추기만 하라는 식이다.

이제는 '빨리 빨리'에 익숙하고 학교도 안가면서 예체능분야에 몰두하는 독특한 환경에 내몰리는 아이들을 구출해야 한다. 선진국처럼 미성년자의 기본적인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 일정 시간 학업을 보장한다던가, 노동시간을 규정해야 한다.

인간은 누구나 의무와 함께 권리도 있기 때문이다.

장규수 | 연예산업연구소 소장 gyuso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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