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대체 용병 “택배보다 더 빨리 왔다, 한국이 부르니까…”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2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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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서 2주 뛰려고 레바논팀 포기’ 인삼공사 임시용병 위긴스의 선택


부르면 바로 온다. 때론 택배 서비스만큼 빠를 때도 있다. 한국 남자 프로농구팀들의 영입 제의에 곧장 달려오는 외국인선수들 얘기다.

프로농구에선 외국인선수 교체가 빈번하다. 올 시즌 용병을 1명만 보유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감독들은 한 시즌에 두 번까지 허용된 용병 교체 카드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성적 부진, 부상, 팀 컬러 개선 등 교체 이유도 다양하지만 주목할 만한 현상이 있다. 바로 예전보다 수월해진 용병 교체 과정이다.

○ 택배만큼 빠른 용병 교체

SK 알렉산더 존슨의 대체 용병 제스퍼 존슨은 5일 한국행 요청을 받고 3일 만에 입국했다. 그는 “한국에서 부르면 언제든지 갈 수 있게 미국 멤피스에서 몸을 만들어왔다”고 말했다. 존슨은 취업 비자를 받기 위해 ‘멤피스~시카고~서울~후쿠오카~서울’의 살인적인 비행 스케줄도 꺼리지 않았다.

로드니 화이트의 부상 공백을 메우기 위해 투입된 인삼공사 알렌 위긴스의 사정도 비슷하다. 그는 레바논 리그 세게스의 풀타임 계약을 포기하고 2주짜리 대체 용병을 선택했다. 위긴스는 “2주라도 실력을 보여줘야 다음에 한국행 기회가 생긴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한국 무대를 선호하는 외국인선수가 늘고 있다. 에이전트를 통해 한국행 요청만을 기다리는 인력 풀이 조성돼 있을 정도다. 2011∼2012시즌부터 용병 자유계약이 시행된 점도 선수 수급을 쉽게 만들었다. 인삼공사의 외국인선수 관리를 맡고 있는 문상운 과장은 “각 팀이 언제든지 투입할 수 있는 용병을 5명 정도씩 추적 관리하는 등 시스템이 좋아졌다”고 말했다.

○ KBL은 용병들의 파라다이스?

KBL이 인기 만점 리그가 된 비결은 뭘까. 다른 아시아 국가에 비해 수준급인 운동 환경과 보수가 주 원인이다.

지난해 득점왕 출신으로 11월 LG의 부름을 받은 애론 헤인즈는 “한두 달 급여 지체가 빈번한 중동, 중국 등과 달리 입금 날짜가 하루도 틀린 적이 없다”며 “이제 제2의 고향같이 편하다. 특히 한국의 사우나가 그리웠다”고 말했다. 헤인즈는 올 시즌 레바논 팀과 계약하며 ‘한국 팀의 입단 제의가 올 경우 계약을 언제든지 파기할 수 있다’는 조항을 넣었다.

외국인선수의 가족까지 배려해 주는 구단의 지원도 호평을 받고 있다. 한국에서 6시즌째 뛰고 있는 테렌스 레더(모비스)는 “헤인즈가 먼저 한국의 부름을 받아 자존심이 상했다”며 “가족들과 함께 머물 수 있는 숙소가 제공되고 식사 수준도 높아 체류비가 적게 든다”고 말했다.

물론 KBL을 선호하는 선수들이 특급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KBL 관계자는 “A급 선수일수록 미국프로농구 스카우터들이 주목하는 유럽리그에서 뛰려고 할 것이다. 하지만 KBL에 대한 인식이 분명 높아졌고 수준급 용병들도 선호하는 리그로 발전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용병 2명 보유 1명 출전’으로 복귀하는 2012∼2013시즌에도 KBL의 인기가 계속될지 주목된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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