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1266>人亦孰不欲富貴리오마는 而獨於富貴之中에 有私龍斷焉이라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0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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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公孫丑(공손추)·하’ 제10장의 이 대목에 壟斷(농단)이라는 유명한 성어가 나온다. 원문에는 壟이 龍으로 있으나 이때의 龍은 언덕 ‘농’자와 통용된다. 따라서 龍斷이라 쓰고 ‘농단’이라 읽는다. 농단은 본래 시장 주변에 있는 약간 높은 구릉을 말한다. 이곳에 올라가면 사방이 잘 보여 값싼 물건을 점찍어두는 데 유리했다. 농단의 숨은 뜻은 이익이나 권력을 독점하는 가장 좋은 자리이다. 私壟斷(사농단)이라고 하면 이익이나 권력을 차지하기에 가장 좋은 자리를 사유물로 여기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이것을 줄여서 壟斷이라고도 한다.

맹자는 자신의 이념이 실행될 수 없음을 알고 齊(제)나라를 떠나려고 했다. 이때 時子가 제나라 왕이 도성에 집을 마련하고 맹자의 제자들을 萬鍾(만종)의 녹봉으로 기르겠다는 뜻을 지니고 있음을 알려 왔다. 맹자는 그 제안을 받아들일 수 없음을 말하면서 季孫氏(계손씨)의 말을 인용하여, 세간 사람들이 富貴에 연연하는 작태를 비판했다. 계손씨는 子叔疑가 정치 이념이 실행되지 않는데도 벼슬을 그만두지 않을 뿐 아니라 자기 자식도 卿(경)을 삼게 한 사실을 개탄했다. 맹자도 계손씨의 비판에 공감한 것이다.

주자(주희)에 따르면 人亦부터 有私龍斷焉까지는 계손씨의 말을 인용한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맹자가 계손씨의 말을 재해석한 것이라고 보는 설도 있다.

孰不欲富貴는 ‘누가 부귀를 바라지 않겠는가’로, 누구나 부귀를 바란다는 사실을 반어의 형태로 표현한 것이다. 於富貴之中은 ‘부귀의 가운데에 있으면서’로, 즉 자신이 현재 부귀한 처지에 있으면서라는 말이다. 有私龍斷焉은 거기에서 농단을 사유물로 삼는 자가 있다는 뜻이다.

1933년 6월 22일자 동아일보에 경성부가 염천교 좌우의 도로에 붙은 땅 630평을 太田改造(태전개조)라는 자에게 가옥 건축용으로 부정 貸附(대부)하여 개인이 ‘不當利益(부당이익)을 壟斷’했다는 기사가 실려 있다. 일제강점기의 일이지만 어쩐지 지금의 어떤 관공서가 저지르는 失態(실태)를 고발하고 있는 것만 같다.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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