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이정은]외교부 ‘환골탈태 인사’ 아직 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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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0월 15일 02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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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은 정치부 기자
이정은 정치부 기자
“저희가 정말 눈물겹게 추진하고 있습니다. 직원들의 호응도를 봐도 최소 ‘B+’ 정도의 점수는 된다고 봅니다.”

14일 오전 외교통상부 기자실. ‘개방과 공정의 외교부 실현을 위한 인사조직 개혁성과’라는 제목의 자료를 기자들에게 나눠 준 전충렬 기획조정실장은 공정한 인사를 위해 외교부가 기울여온 노력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이날은 지난해 유명환 전 외교부 장관 딸의 특채 파동 이후 외교부가 대대적인 인사쇄신 방안을 내놓은 지 꼭 1년이 되는 날. 전 실장은 27개에 이르는 주요 인사쇄신 방안을 하나하나 구체적으로 언급하며 “1년 전 약속이 그대로 다 지켜졌다”고 자평했다. 차관급 공관장 자리를 21개에서 13개로 줄인 데 대해 “굉장한 결단이며 뼈아프게 진행한 조치”라고 힘줘 말했고, 28명의 국장급 인사가 전원 참석하는 ‘제2 인사위원회’를 신설한 데 대해선 “자리 하나를 놓고 7, 8시간 토론할 때도 있다. 너무 힘들어서 사람이 미칠 지경”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외교부의 각종 인사개혁을 뜯어보면 최악의 신뢰 위기에 직면했던 조직을 추스르기 위해 나름대로 애쓴 흔적이 보인다. 5급 이상 특채 업무는 행정안전부로 이관했고 6, 7급 특채 면접에는 외부 인사가 참관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재외공관장의 자격심사제를 강화해 2회 부적격 판정을 받은 사람은 공관장을 아예 맡지 못하도록 했다.

하지만 아직 ‘B+’를 주기엔 이르다는 게 관가의 대체적인 평가다. 외교부는 올해 초부터 ‘상하이 스캔들’과 코트디부아르 대사의 상아 밀수입 사건, 주독일 대사관 소속 고위 공무원의 음주운전 추정 사고 등 일련의 기강해이 사건을 드러냈다. 카메룬의 다이아몬드 광산 개발 의혹과 관련해서는 외교부 전·현직 직원의 주가조작 개입설까지 거론되는 실정이다.

이런 기강 해이와 인사 문제는 별개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두 문제 모두 외교부 직원들의 ‘엘리트 의식’과 ‘끼리끼리 정서’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점을 부인할 사람은 많지 않다. 이 때문에 외교부 혁신의 ‘사명’을 띠고 파견된 전 실장이 소속 부서인 행안부로 복귀하면 그동안의 시도가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인사 개혁의 관건도 결국 외교부 직원들의 의식 변화에 달렸기 때문이다. 벌써 일부 외교부 직원 사이에선 “윗사람의 잘못으로 왜 우리가 인사 불이익을 당해야 하느냐”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외교부는 ‘눈물겹고 뼈아프게’ 혁신을 해왔다고 하지만 국민이 보기엔 아직 멀었다.

이정은 정치부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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