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관광객 맞이 얼마나 달라졌나/본보 기자 동행취재]“손님 대접 많이 좋아졌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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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0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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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안통해 여전히 불편”

4일 오후 서울 성동구 성수동 이마트 매장에서 쇼핑하고 있는 중국인 관광객들. 이들은 주로 된장, 고추장, 옷, 화장품 등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대형마트를 필수 쇼핑 코스로 꼽고 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4일 오후 서울 성동구 성수동 이마트 매장에서 쇼핑하고 있는 중국인 관광객들. 이들은 주로 된장, 고추장, 옷, 화장품 등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대형마트를 필수 쇼핑 코스로 꼽고 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동아일보가 지난해 6월 5차례에 걸쳐 연재한 ‘13억을 한국으로…중국 관광객 마음을 잡아라’ 기획기사.
동아일보가 지난해 6월 5차례에 걸쳐 연재한 ‘13억을 한국으로…중국 관광객 마음을 잡아라’ 기획기사.
중국 최대 여행 성수기 ‘국경절’ 연휴를 맞아 1일부터 5일까지 중국인 관광객 5만여 명이 한국을 찾았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 이상 늘어난 숫자다. 한국관광공사는 7일까지 7만여 명의 중국인 관광객이 한국을 찾아 1200억 원 안팎의 돈을 쓸 것으로 보고 있다.

동아일보는 지난해 6월 ‘13억을 한국으로…중국 관광객 마음을 잡아라’ 기획을 연재하며 중국인 관광객의 국내 관광 실태를 분석하고 개선 방안을 제안한 바 있다. 1년 4개월 만인 이달 3, 4일 본보 취재진은 중국인 단체관광객과 동행해 그사이 뭐가 달라졌는지를 점검해 봤다.

“환잉광린(歡迎光臨·어서오세요).”

3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 거리는 중국인 관광객으로 북적거렸다. 아모레퍼시픽 화장품을 판매하는 아리따움 매장 입구에는 중국 국경절을 축하하는 빨간 풍선이 달려 있었다. 환영의 메시지가 적힌 중국어 안내판은 중국인 관광객들의 눈길을 잡고 있었다. 매장 안에서는 직원이 유창한 중국어로 상품을 열심히 설명하고 있었다. 비슷한 시간 중구 장충동 신라면세점 곳곳에도 중국어 안내판이 설치돼 있었다. 직원들은 유창한 중국어와 밝은 미소로 쉴 새 없이 밀려드는 중국인 관광객을 맞이하고 있었다.

○ “한국인 1년 만에 많이 친절해졌어요.”

이날 기자와 함께 명동 일대를 둘러본 중국인 유학생 추이리메이(崔麗梅·28·여) 씨는 “지난해 동아일보와 함께 취재했을 때보다 중국인의 관광 환경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고 말했다. 특히 가장 크게 개선된 것은 중국인 관광객에 대한 한국인의 인식. 추이 씨는 지난해 인터뷰에서 “한국인이 중국인 관광객을 무시하고 불친절하게 대한다. 한국 관광의 큰 문제는 하드웨어가 아닌 소프트웨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추이 씨는 “한국인이 이제는 중국인 관광객을 손님으로 대우하고 있다”며 “화장품 가게에 중국어 안내원이 생긴 것만 해도 큰 발전”이라고 말했다.

명동, 동대문 상가에 국한됐던 쇼핑 장소도 명품 아웃렛, 면세점, 대형마트로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3일 신라면세점에서 1시간 만에 화장품 37만 원어치를 구매한 저우링(周(능,릉)) 씨(25·여)는 “중국에서 가장 많이 쓰는 인롄(銀聯)카드를 한국에서도 편하게 쓸 수 있어 좋았다”며 “쇼핑 시간이 적은 게 아쉬울 뿐”이라고 말했다.

○ “이게 어떤 뜻이죠?”

중국어가 유창한 상품 판매원, 친절한 서비스, 선택의 폭이 넓어진 쇼핑 장소가 중국인 관광객이 1년 만에 느끼는 개선점이라면 여전히 불편하다고 지적되는 부분도 있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외국인 관광객 1만여 명을 상대로 설문조사해 올해 2월 내놓은 결과에서 중국인 관광객은 한국 여행의 가장 불편한 점으로 언어 소통(65.7%·복수응답)을 꼽았다. 상품 판매원을 제외하면 어느 관광지에서도 중국어로 소통하기 힘들다고 호소한다. 안내문 역시 중국어는 잘 보이지 않는다고 말한다. 추이 씨는 “중국 젊은이들은 홍익대 앞이나 신사동 가로수길, 에버랜드 등 한국 젊은이들이 즐겨 찾는 곳에 관심이 많다”며 “이런 지역에도 중국어 안내판이 늘어나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경기 용인시 에버랜드에서 일부 관광객은 줄을 서서 기다리다 놀이기구가 어린이용인 것을 탑승 직전에야 알고 돌아 나와야 했다. 중국인이 쓰는 간체자가 아닌 번체자로 안내 문구를 적어놓은 곳도 적지 않았다. 명동을 걷던 중 번체자로 ‘폐업(閉業) 대방출’이란 안내판을 적은 화장품 가게를 발견한 추이 씨는 “일반 중국인은 번체로 써놓으면 읽지 못한다”고 말했다.

‘공짜’ 관람코스도 개선되지 않았다. 4일 오후 중국인 관광객은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전시관을 찾았다. 안내를 맡은 가이드는 “입장료가 무료인 코스를 많이 집어넣어 여행코스가 다양하게 보이는 효과를 노린다”며 “정작 전시관은 한국어와 영어로만 돼 있어 중국인들은 구경도 제대로 못하고 돌아간다”고 말했다. 개별 여행객에 대한 배려도 부족했다. 특히 버스 지하철에 중국어 안내가 전무했다. 좡잉(莊塋·26·여) 씨는 “단체 일정이 끝난 뒤 홍익대 앞에 가려고 했더니 버스 정류장과 지하철역에 중국어 안내판이 없어 애를 먹었다”며 “대중교통 이용이 더 편리해지면 젊은 중국인의 지갑도 더 열릴 것이다”라고 말했다. 가게들이 일찍 문을 닫는 것도 중국인 관광객에게는 아쉬운 부분이다. 저우 씨는 “쇼핑 장소마다 1∼2시간만 주어져 충분히 쇼핑을 못하는데 밤에 다시 가면 문이 잠겨 있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부족한 숙박 시설로 인한 불편도 여전했다. 이번 중국 국경절 연휴 기간에 서울 시내 숙박 시설은 모두 동이 났다. 이 때문에 많은 중국인 관광객들이 인천과 경기 수원 등지에 숙소를 잡아야 했다. 모두투어 관계자는 “서울 밖에 숙소를 잡으면 한 시간 일찍 일어나야 하고 관광 일정은 한 시간 일찍 끝난다”며 “외곽에는 볼거리가 많지 않아 밤이면 호텔에서 시간을 보내야 해 불평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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