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조비룡]덴마크의 비만세 도입에 거는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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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0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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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비룡 서울대 의대 가정의학교실 교수
조비룡 서울대 의대 가정의학교실 교수
덴마크에서 포화지방을 2.3% 이상 함유한 음식에 대해 포화지방 kg당 16크로네(약 3500원)의 세금을 붙이기 시작했다. 포화지방이 비만의 주요 원인이고 비만은 만병의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포화지방 함유 음식에 세금붙여

비만세(fat tax) 개념은 2000년대 초반 세계비만학회에 자주 등장하던 주제다. 죄악세(Sin tax) 또는 피구세(Pigovian Tax)의 일종으로 비만세는 담배와 술 등에 붙이는 세금과 비슷한 개념이다. 즉 비만 유발의 주범인 나쁜 지방에 세금을 높게 붙여 국민의 지방 섭취를 줄이고, 이를 통해 국민의 비만율과 함께 질병도 줄여보겠다는 것이다. 또 포화지방 섭취로 개인이 쓰는 궁극적 비용은 질병 치료비, 결근으로 인한 급여 삭감 등이 포함돼 실제 음식 구입가격보다 더 높아지게 되는데 이를 실감하도록 아예 높게 책정해 비싸게 인식하게 한다는 의미도 포함돼 있다. 비만의 성공적 조절을 위해서는 개인의 잘못된 생활습관 조절만으로는 어렵고 사회제도와 환경의 변화가 함께 뒷받침돼야 한다는 연구결과들이 나오면서 이는 가장 현실적인 정책안으로 제시되곤 했다.

이번 정책으로 덴마크는 비만세를 부과한 세계 첫 번째 나라가 됐다. 비만율이 덴마크보다 높은 미국 영국 독일 등에서는 아직 비만세 제도가 논란거리에 머물고 있다. 여러 이론적 장점에도 불구하고 다른 비만 선진국들이 비만세를 도입하지 못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비만세 부과가 실제로 비만을 줄이는 효과를 나타낼까 하는 자신감의 부족 때문이다. 단순한 예로 비만세 부과로 지방의 사용이 줄어드는 대신 비만의 또 다른 요인인 설탕과 같이 정제된 탄수화물들은 더 많이 이용될 수 있다. 만약 식품회사에서 음식의 값을 줄이고 맛을 유지하기 위해 포화지방을 사용하는 대신 여전히 몸에 좋지 않은 설탕과 소금 등을 ‘듬뿍’ 사용한다면 비만의 감소 여부를 떠나 국민 건강이 더 나빠질 수도 있다. 많지는 않겠지만 포화지방 섭취도 부족한 가난한 사람들은 이번 정책으로 그나마도 먹기 힘들었던 식품의 섭취가 더 줄어 건강에 위해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번 덴마크의 비만세 제도가 성공작이 되려면 몇 가지 후속 조치가 필요한데, 가장 중요한 것은 비만에 대한 좀 더 포괄적인 정책 틀 속에서 비만세 정책을 운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비만을 조절하기 위해서는 비만의 다른 중요한 대책들인 운동과 신체활동을 늘리고, 건강하고 균형 잡힌 식단을 국민이 더욱 값싸게 이용할 수 있는 조치가 따라야 한다. 늘어난 세수로 국민이 쉽게 걸을 수 있는 길과 값싸게 이용할 수 있는 운동시설을 늘리고, 건강한 음식에는 오히려 세금을 낮출 수 있어야 한다.

세계비만학계 관심 속 큰 기대

포화지방으로부터 출발하지만 결국 국민 건강에 이로운 건 하기 쉽게, 해로운 건 하기 어렵게 하도록 확장해 나가야 하는 것이다. 이런 비전 제시로 새로운 세금제도에 대해 국민으로부터 공감을 얻는 것은 더 중요한 일일지도 모른다. 세금을 올리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고, 극복해야 할 문제점들이 초기에 여기저기서 나타날 것이기 때문이다. 어지간한 공감으로는 이런 단점들 때문에 이번 제도는 피어나기도 전에 사라져버릴 수도 있다.

이런 이유로 세계 비만학계에서는 덴마크의 이번 정책에 큰 기대를 걸면서도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쉽지는 않겠지만 덴마크 국민의 적극적인 지지로 ‘비만세’ 정책이 잘 시행돼 덴마크의 비만율과 합병증의 발생이 줄었으면 한다. 이렇게만 된다면 덴마크뿐 아니라 전 세계의 비만 또한 조절될 것이기 때문이다.

조비룡 서울대 의대 가정의학교실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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