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장영근]우주 넘보는 中, 바라만 보는 한국

  • Array
  • 입력 2011년 10월 1일 03시 00분


코멘트
장영근 한국항공대 항공우주기계공학부 교수
장영근 한국항공대 항공우주기계공학부 교수
중국은 우주실험실 모듈 톈궁(天宮) 1호를 성공적으로 발사했다. 앞으로 2년간 운용될 톈궁 1호는 실질적인 우주정거장은 아니다. 단일 도킹포트를 가진 우주실험실 모듈이다. 톈궁 1호는 우주인이 단기간 머물 수 있는 생명지원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이번 톈궁 1호 발사는 2020년경까지 우주공간에 건설할 우주정거장 기술 확보가 목적이다. 도킹을 포함한 각종 유인(有人) 우주기술을 시험하는 디딤돌인 셈이다. 조만간 무인우주선 선저우 8호를 발사해 우주공간에서 톈궁 1호와 도킹을 시도할 계획이다.

지금까지 유인 우주정거장 건설은 러시아와 미국이 주도해 왔다. 러시아 우주정거장의 뿌리는 40년 전 발사된 살류트 1호에서 시작된다. 살류트에는 두 개의 도킹포트를 설치하여 소유스 우주선과 도킹을 수행했다. 살류트는 20여 년 동안 다양한 우주정거장 기술을 습득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후 러시아는 우주인의 장기 체류가 가능한 실질적인 우주정거장 ‘미르’를 건설했다. 1986년 핵심 모듈의 건설을 시작으로 남태평양 바닷속으로 수장되기 전까지 15년 동안 수많은 우주실험을 수행했다.

한편 미국도 1972년 스카이랩이라는 우주실험실 모듈을 발사했다. 이후 8년 동안 무중력을 이용하는 다양한 과학실험을 수행했다. 1990년대 초 미국은 다양한 우주정거장 건설계획을 통합하여 16개국이 참여하는 국제우주정거장 프로그램을 제안했다. 국제우주정거장 건설은 1998년 러시아의 자랴 모듈의 조립으로 본격화됐다. 이후 국제우주정거장 건설을 위해 미국의 우주왕복선과 러시아의 소유스 유인우주선, 프로그레스 화물선 등이 수십 차례 발사됐다. 초기에는 2015년 프로그램을 종료할 계획이었으나 건설 지연으로 현재는 수명을 2020년으로 연장했다.

그동안 중국은 수차례에 걸쳐 국제우주정거장 건설에 참여 의사를 밝혀왔다. 하지만 국제적 분위기와 정치적 이유 때문에 성사되지 못했다. 이에 자존심이 상한 중국은 결국 독자적인 우주정거장 건설을 추진하게 됐다. 특히 최근 들어 우주선진국들에서는 경제적 이유 등으로 우주개발 투자가 답보 상태에 있다. 반면에 급속한 경제성장을 이루고 있는 중국은 우주 분야에 엄청난 투자를 하고 있다. 중국으로서는 지금이 미국과 러시아를 따라잡을 수 있는 기회라고 판단하고 있다. 중국은 단순히 우주를 넘보는 것이 아니라 향후 세계 우주개발의 주도권을 쥘 기회를 엿보고 있는 것이다.

이웃 나라 중국의 우주기술 발전이 우리에게는 축하할 만한 일은 아니다. 우방국들은 중국 우주개발의 실질적 목적이 군사과학기술의 증진을 통한 군사력 강화에 있다고 보고 있다. 현실적으로 우주기술은 군사기술로의 전용이 언제나 가능하다. 그래서 더욱 민감할 수밖에 없다. 여기에 비해 우리의 우주개발 현실은 초라하기 짝이 없다. 우리도 1998년 북한의 대포동 발사를 계기로 독자 우주발사체를 개발해야 한다는 국민적 성원과 지원이 있었다. 하지만 보여주기 식의 ‘빨리빨리’ 개발은 결국 나로호라는 태생적 한계를 갖는 우주발사체 개발사업을 탄생시켰다. 이후 자립기술 기반의 한국형 발사체를 개발한다는 원대한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이마저도 나로호의 발사 실패, 예산 지원의 한계, 개발기관 내분 등의 이유로 지지부진한 상태다. 우주업계에서는 우스갯소리로 북한이 대포동을 한 발 쏜다면 우리 우주개발사업이 다시 활력을 얻을 것이라는 자조 섞인 얘기도 나온다. 그만큼 예산 지원에 정치적 논리가 작용한다는 의미다. 정치적 잣대로 좌지우지되지 않는 우주개발이 되도록 근본적인 방안이 필요하다.

장영근 한국항공대 항공우주기계공학부 교수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