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강동완]北체제 변화시키는 한국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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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9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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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완 동아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강동완 동아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최근 북한 문제와 관련해 두 가지 사건이 눈길을 끈다. 첫 번째는 13일 한국을 목표로 탈북했다가 일본 해상에 표류한 탈북자 9명에 관한 사건이다. 두 번째는 대북전단 단체 대표를 독침으로 살해하려던 북한 간첩이 국가정보원에 검거된 사건이다. 별개의 사건으로 보이지만 북한 내부로 유입되는 외부 정보의 영향력을 여실히 보여준 사건이라는 점에서 뚜렷한 연관성이 있다.

첫 번째 사건과 관련해 일본 아사히신문 보도에 따르면 이들 탈북자 9명 중 남성 한 명이 “한국 드라마와 영화를 보고 한국을 동경해 탈북했다”고 탈북 동기를 밝혔다고 한다. 또한 “한국 등 다른 나라는 전기를 언제라도 쓰는 등 풍족하고 자유로운 생활이 가능하다고 국내 시장에서 들었다”고 한다. 한마디로 남한의 영화나 드라마를 비롯한 영상물이 북한 주민의 의식 변화는 물론이고 탈북의 주요 동기로 작용했다는 점이다. 한 끼의 식량을 걱정해야 하는 그들에게 영상물을 통해 본 풍요롭고 자유로운 남한은 분명 동경의 대상이 되었을 것이다.

두 번째 사건과 관련해 대북전단 단체 대표를 표적으로 테러 기도가 있었다는 점은 그만큼 북한 내부에서 대북전단을 비롯한 대북미디어가 북한체제에 위협요인이 된다는 점을 증명하는 것이다. 실제로 북한 당국은 그동안 대북전단 살포에 강경한 반응을 보였는데, 올해 초에는 임진각을 비롯해 대북전단 발원지를 직접 조준 사격할 것이라는 내용의 통지문을 우리 측에 발송하기도 했다.

두 사건에서 나타난 북한 내부에서의 외부 정보 유입에 따른 파급력은 대북미디어의 효율성 제고를 위한 다양한 정책방안이 필요함을 말해 준다. 폐쇄적이고 통제된 국가에서 새로운 정보는 정치적 변동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외부 정보 유입은 분명 북한 주민들의 의식 변화와 북한체제 변화를 촉진할 수 있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알게 되면 바뀐다”는 어느 탈북자의 말처럼 북한 주민들이 남한의 발전상과 북한 정권의 인권 유린 실상을 파악하게 된다면 체제 변화를 이끄는 주 동력으로 기능할 수 있다. 북한 당국의 선전에 대한 ‘거짓’ 인지와 지배구조에 대한 냉소와 반감은 저항으로 나타나 일상에서의 소소한 일탈부터 체제 자체를 부인하는 연대적 일탈로 집단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미 남한 영상물을 비롯한 외부 정보 유입 및 확산 과정에서 이전의 북한사회에서는 존재하지 않던 새로운 직업과 일자리 그리고 계층이 출현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정치적 성분에 따라 구분되던 계층구조가 이제는 남한 영상물의 판매자와 소비자로 만나게 되면서 사회적 경직성이 완화되고 있다. 또한 남한 말 따라하기, 헤어스타일, 패션 등 남한 스타일 모방은 남한에 대한 ‘동경’과 ‘선호’를 넘어 북한 정권에 대한 ‘저항’의 표시로 활용되기도 한다.

이처럼 북한 사회에서 대북미디어가 사회적 현상으로 확산되고 주민들의 의식 변화를 유인하고 있다면 그 확산의 속도와 범위를 가속할 수 있는 외부 지원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이제는 단순히 보내는 행위 자체에 의미를 부여하는 수준을 넘어 대북미디어가 북한 주민들의 인권 개선은 물론이고 북한 사회의 변화를 촉진할 수 있는 수단이 되도록 효과적인 유입 방안과 콘텐츠를 마련해야 한다. 특히 대북미디어 수용자인 북한 주민들의 지역, 세대, 성별, 계층 등을 고려한 다양한 콘텐츠를 개발하고 전략적 유입 방안을 민관이 함께 모색해야 할 것이다. 대북미디어 활동 지원을 통한 북한 주민들의 인식 개선이 곧 북한체제 변화의 지름길이라는 점을 되새기자.

강동완 동아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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