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이현석]지방發 부동산 대란 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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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9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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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석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
이현석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
인구 감소가 예견되고 미분양 아파트는 넘쳐나니 주택시장의 장기 침체는 불가피하다는 심리가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미분양이 여전한 가운데 부산과 대전 등 지방 대도시의 집값 급등과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의 전세금 상승은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주택 문제는 이래저래 골칫거리이다.

미분양 속출… 건설사 도산 잇따라

미분양 주택으로 인해 돈줄이 막히면서 상당수 개발업체와 건설회사가 도산하고, 저축은행 등 금융권이 타격을 받았다. 부실 처리는 현재 진행형이다. 민간의 공급 주체는 구조조정으로 제 구실을 못하고 주택사업의 초기 자금줄이던 저축은행은 제 목숨을 연명하기에도 벅찬 형국이다. 주택 공급의 한 축을 담당해 온 민간 공급체제가 헝클어지면서 수요가 여전한 지방 대도시가 그 직격탄을 맞고 있다.

수도권에서는 공공의 보금자리주택 공급을 통해 불안심리를 제어하는 데 성공한 듯 보인다. 그러나 그 여파가 임대수요를 확대시키는 데 한몫했다. 전세의 성격상 금리가 낮아지면 요구 전세금은 훨씬 높아진다. 최근과 같이 공급에 적색 경고등이 들어오면 수요가 많고 신규 공급이 부족한 지역은 상승세가 더욱 거셀 수밖에 없다.

부동산시장에서의 심리를 연구한 학자들에 따르면 시장은 이론적 수치보다 항상 격하게 반응하곤 한다. 오를 때는 이론치보다 더 오르고 냉각기에는 더 심하게 얼어붙는 현상을 말한다. 또한 전문가들조차 단기적 예측은 바로 직전 결과의 연장선상에서 추론한다는 근시안적 성격을 가지고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최근의 수도권 전세금과 지방 대도시의 집값 급등은 인구와 성장률 감소라는 미래의 예측을 현재에 성급하게 이입한 심리적 오류와 지난 몇 년간 지속된 하락 또는 침체로부터의 근시안적 시각이 복합돼 만들어 낸 결과다.

일본의 사례도 심리적 오류에 기여했다. 우리도 인구 감소가 예상되고 주택 공급이 충분하니 향후 주택시장의 침체를 당연시하는 시각이 팽배하다. 그러나 일본은 이미 인구 감소와 고령화는 물론이고 1990년대 이후 경제성장률 1% 이하의 장기침체를 겪고 있다. 우리의 경우 향후 몇 년간은 4%대의 성장이 예상되고 주 수요층인 30대에서 50대까지의 인구는 아직도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또 지역별로는 수요층이 더욱 두꺼워진 지역도 존재한다. 적정한 주택 공급이 유지되지 않으면 이전과 같은 전국적인 차원의 문제는 아니어도 국지적 문제를 야기할 것임에 틀림없다. 다행히 미국과 유럽의 재정위기로 준비할 시간이 주어져 있다.

민간주택 공급체계 붕괴 막아야

우선 민간의 주택 공급체계의 붕괴를 더는 보고만 있어서는 안 된다. 시장에서 살아남은 건실한 개발업체와 건설회사들이 수요가 많은 지역에 주택 공급을 재개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 완화와 지원책이 필요하다. 특히 서울의 주요 주택 공급 수단인 재개발 재건축 사업에 대한 제도적 완화가 시장 안정 차원에서 요구된다. 또한 과거에 저축은행이 수행했던 사업 착수를 위한 초기 금융 지원 등에 대한 대안을 강구하여 개발금융의 물꼬도 터주어야 한다.

미국 도시토지연구소(ULI)에서 나온 책을 보면 부동산 개발은 영원히 지속될 수밖에 없다고 한다. 왜냐하면 인구가 변하고, 기술이 변하고, 그리고 취향이 계속 변하기 때문이다. 분명 우리의 주택시장은 과거와 다르다. 장기적으로는 주기성(cycle)을 가지고 서서히 안정될 것이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현재는 2011년인 만큼 이 시점에 맞는 심리와 정책이 필요하고 취향 변화를 고려한 공급은 지속되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이현석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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