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김갑식]무상급식 투표 교회가 왜 관여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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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8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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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갑식 문화부 기자
김갑식 문화부 기자
24일 실시되는 무상급식을 둘러싼 주민투표 논란이 개신교계로 번지고 있다.

몇몇 대형교회의 목회자들이 설교와 유인물 등을 통해 무상급식 반대 발언을 하거나 주민투표 참여를 격려하고 있는 반면 일부 개신교 단체는 주민투표 거부 운동에 나서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장로로 있는 소망교회 김지철 목사는 21일 설교를 통해 “주민투표 참여 여부가 정치 논쟁의 핵심이 됐다. 국민이 투표할 권리는 누구도 막을 수 없다”며 투표 참여를 권유했다. 금란교회 김홍도 목사도 “무상급식, 무상의료 같은 복지정책 때문에 우리 경제가 몰락 위기에 직면했다”고 발언한 바 있다. 일부 교회는 예배 시간에 주민투표 참여를 광고하는가 하면 단계적 무상급식 찬성을 내용으로 담은 홍보물을 비치하기도 했다.

이에 앞서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는 18일 각 구 선관위에 종교 단체의 주민투표법 위반 행위를 단속하라며 소망교회와 금란교회, 여의도순복음교회, 광림교회, 은혜제일교회, 청교도영성훈련원 등 9개의 교회와 단체를 사례로 예시했다.

반면 생명선교연대와 기독교환경운동연대, 영등포산업선교회, 한국교회인권센터 등 개신교계 10여 개 단체는 18일 주민투표 중단을 요구하는 모임을 가진 데 이어 투표 거부 운동을 펼치고 있다. 이들은 “가난하다는 이유만으로 차별받거나 곤란을 겪지 말아야 한다고 예수께서 가르쳤다”며 “밥 한 끼로 부자와 빈자로 나누고 피 같은 국민세금을 낭비하는 나쁜 주민투표를 거부함으로써 하나님의 정의가 살아 있음을 보여주겠다”고 주장했다.

대통령선거나 총선에서 일부 개신교계와 정치권의 유착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 대선에서는 7, 8명의 개신교 원로가 공공연하게 장로 대통령 만들기에 나섰고, 이른바 진보적 성향의 개신교 단체는 좌파정권 10년간 주류로 부상해 편향된 통일 정책과 사학법 개정에 영향력을 행사하기도 했다.

“왜 일부 목회자가 보통 사람들의 정서를 무시한 채 정치권의 일에 개입하거나 힘을 과시하려고 하는지 모르겠다. 하나님의 이름을 앞세우면서 서로 갈등하는 것도 큰 문제다.” 최근 개신교계 상황에 대한 한 중견 목사의 말이다.

지금은 정권의 폭압적인 통치에 맞서 인권을 지키기 위해 종교인들이 과감하게 발언해야 하는 시대상황이 아니다. 무상급식을 둘러싼 논란은 서울시민들에게 맡겨 놓으면 된다. 교회와 목회자의 권위를 앞세운 정치적 목소리가 커질수록 개신교계를 바라보는 교회 밖 시선은 차가워질 수밖에 없다. 더는 교회가 정치의 장이 되어서는 안 된다.

김갑식 문화부 dunanwor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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