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신동엽]김성근 감독 사퇴로 보는 리더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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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8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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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엽 연세대 경영대 교수
신동엽 연세대 경영대 교수
SK 김성근 감독의 아쉬운 퇴진 과정을 두고 지장형과 덕장형 리더십에 대한 오랜 논쟁이 재점화되고 있다. ‘야신’으로 불릴 정도로 빛나는 성과를 거둔 불세출의 지장인 김 감독에 대해 리더십을 논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모순이다. 또 성과지상주의를 강조하는 기업이 리더십 스타일에 상관없이 출중한 성과를 창출한 리더를 해임한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 그러나 리더십은 단순히 높은 성과를 창출하는 것보다 훨씬 복잡한 현상이다. 예를 들면 잭 웰치는 과연 뛰어난 리더일까? 100년 기업 GE를 갓 창업한 것처럼 역동적 조직으로 변신시킨 웰치의 성과 창출력은 의문의 여지가 없으나 주변에서 그를 인간적으로 좋아하거나 존경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는 것도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팀워크 좋은 사람 조직성과에 기여

조직에서 흔히 발생하는 ‘유능한 냉혈한’과 ‘무능한 호인’ 사이의 딜레마를 생각해 보자. 업무능력은 출중한데 대인관계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사람과 업무능력은 떨어지나 인품과 팀워크가 탁월한 사람이 있으면 누구를 선발할 것인가. 연구 결과에 따르면 무능한 호인이 조직성과에 대한 기여가 더 크다고 한다. 각자 따로 자기 일만 하면 된다면 당연히 유능한 냉혈한이 조직성과에 더 기여할 것이다. 그러나 조직의 일은 여러 사람이 긴밀하게 협력해야 하기 때문에 팀워크가 좋지 않은 사람은 조직성과에 기여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도 부정적 영향을 미쳐 개인역량이 기여하는 부분을 다 상쇄하게 된다.

특히 리더십의 경우 관계관리가 훨씬 더 중요하다. 리더의 두 가지 역할인 관계관리와 과업관리 중 하나에 집중하는 리더를 비교해보면 일반적으로 단기 성과는 과업지향형 리더가 우수하지만 장기 과업성과는 관계지향형 리더가 훨씬 우수하다고 한다. 스타플레이어와 달리 리더는 자신이 특정 과업을 잘 수행하는 사람이라기보다는 구성원들이 자발적으로 최선을 다해 노력하도록 이끄는 사람이기 때문에 자신의 과업능력보다 구성원들의 자발적 헌신과 노력을 이끌어내는 관계관리가 더 중요한 것이다.

이런 면에서 최근 학계에서는 리더는 반드시 성과창출 능력과 관계관리 능력을 동시에 가져야 하며 지장과 덕장의 장점을 동시에 갖춘 양수겸장형 리더만 ‘진정한(authentic)’ 리더라고 주장한다. 그런데 개인이 이 두 가지 역량을 동시에 가지기는 어려우므로 각기 한 가지에 출중한 복수의 리더들로 상호보완적으로 집단리더십을 발휘하게 해 조직 수준에서 양수겸장을 달성하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 만일 사장이 지장형이라면 부사장은 덕장형으로 선택하는 식이다.

지장-덕장형 리더십 상호보완을

이때 ‘보좌’와 ‘보완’을 구분해야 한다. 리더가 모든 면에서 탁월하나 혼자 모든 일을 할 수 없기 때문에 부하들이 도와야 한다고 믿는 보좌사고와 달리 보완사고는 아무리 뛰어난 리더라도 반드시 약점이 있으므로 누군가가 그 부족함을 채워줘야 한다고 믿는 것이다. 보좌사고를 가진 리더는 자신과 비슷한 성향을 가진 부하를 선호하는 반면 보완사고를 가진 리더는 자신과 정반대의 성향과 강점을 가진 사람에게 공동 리더의 역할을 수행하게 맡긴다.

리더는 스스로 물어보기 바란다. 자기 조직의 부리더는 자신과 다른 성향 및 강점을 가진 사람인가. 또 그 사람을 자신을 보좌하는 부하라고 생각하는가, 아니면 자신의 약점을 보완해주며 조직에 지장과 덕장의 장점을 동시에 제공하는 파트너 리더로 인정하는가.

구체적 사정은 알 수 없으나 만일 김 감독이 지장이고 이만수 SK 감독대행이 덕장이라면, 이 감독대행이 김 감독을 보좌하는 것이 아니라 보완하게 했다면 나을 뻔했을지도 모른다는 아쉬운 생각을 해본다.

신동엽 연세대 경영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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