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눈/토머스 프리드먼]시리아의 새로운 ‘하마 룰’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8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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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머스 프리드먼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30년이라는 세월이 안겨 준 차이란 실로 어마어마하다. 1982년 4월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특파원으로 부임했더니 두 달 전 시리아 하마 시에서 벌어진 소요사태를 둘러싼 소문이 떠돌고 있었다. 하페즈 알아사드 당시 대통령이 수니파 무슬림 반군 진압을 명분으로 하마 시를 포격하고, 주민들이 있는 건물도 폭파했다는 것이다. 심지어 주차장을 새로 만들기라도 하는 듯 증기 롤러로 모든 것을 밀어내고 평지로 만들었다고 했다. 믿기도 힘들었지만 실제 확인은 더 어려웠다. 당시엔 휴대전화도 없었고 외신도 접근하지 못했으니 말이다.

통제가 풀린 5월에 시리아 비자를 받았다. 수도인 다마스쿠스에서 택시로 달려간 하마의 잔해. 이제껏 본 가장 오싹한 광경이었다. 축구 경기장 4개 규모의 지역이 돌풍에 휩쓸린 듯했다. 하지만 그건 자연재해가 남긴 상처는 아니었다. 소수파인 알아사드 정권의 알라위파가 다수의 수니파 무슬림의 도전에 전례 없는 야만적 방법으로 보복한 것이었다. 하마는 ‘킬링필드’였다. 국제사면위원회(국제앰네스티)에 따르면 약 2만 명이 숨졌다. 나는 고심 끝에 이렇게 이름을 붙였다. ‘하마 룰(하마 시의 규칙).’

하마 룰은 아랍 세계의 지배적인 통치 방식이었다. 이른바 ‘공포에 의한 통치’다. 이런 방식은 사람들의 뇌리에 공포를 각인시킴으로써 반역 자체를 꿈꿀 수 없게 만든다.

하마 룰은 시리아, 이라크, 튀니지 등에서 꽤 오랫동안 작동했다.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은 반정부 시위를 진압하기 위해 아버지 하페즈의 대량학살 전술을 따라하고 있다. 그러나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시리아인들은 그들 자신의 ‘하마 룰’을 내세우는 인상적인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시위에 나설 때마다 무자비하게 총을 쏠 것임을 알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더는 두렵지도 무기력하지도 않다. 이제는 집권 세력이 우리를 두려워할 차례다. 그게 바로 우리의 ‘새로운 하마 룰’이다.”

이게 바로 오늘날 아랍 세계를 관통하는 새로운 하마 룰과 기존 하마 룰의 대결이다. “나는 당신들(지도자)을 두렵게 할 것이다” 대 “우린 더는 두렵지 않다”의 대결인 셈이다.

이를 통해 구체제들이 사라지면 아랍 공동체가 하나의 시민으로 뭉칠 수 있을까. 만인의 만인에 대한 공포가 아닌 상호 존중, 소수자와 여성의 권리를 보호하고 합의에 기초를 둔 하마 룰을 세울 수 있을까.

쉽지는 않을 것이다. 아랍사회에는 시민사회나 민주주의에 대한 경험이 없기 때문이다. 이라크는 합의정치가 이론적으로 가능함을 증명했다. 하지만 여기엔 1조 달러(약 1080조 원)에 이르는 비용과 수많은 희생, 미국의 중재 노력, 이라크의 정치적 의지 등이 수반됐다.

현재 예멘, 리비아, 시리아, 이집트, 튀니지가 비슷한 변화를 시도하고 있지만 이들에겐 중립적인 중재자가 없다. 그럼에도 나는 아랍의 민주화 움직임이 긍정적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들은 결국 독재자들을 축출할 것이다. 그러나 새벽이 밝아오기까지는 시간이 걸리는 법이다.

나는 마르완 무아셰르 전 요르단 외교장관이 올바른 태도를 견지한다고 생각한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민주화가 일사불란한 과정을 거쳐 하루아침에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지 않는다. 진정한 정당도, 시민사회 기관도 없기 때문이다. 나는 ‘아랍의 봄’보다는 ‘아랍의 자각’이라고 부르고 싶다. 정착에만 10∼15년이 걸릴 것이다. 민주주의를 처음 경험하는 이곳 사람들은 정치적 경제적 실수도 거듭할 것이지만 장기적으로 낙관한다. 그들은 이미 무기력감을 버렸기 때문이다.”

토머스 프리드먼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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