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정위용]건보공단의 위인설전(爲人設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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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8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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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위용 교육복지부
정위용 교육복지부
올해부터 건강보험 국민연금 산재보험 고용보험 등 4대 보험 징수 업무가 통합돼 고지서가 한 장이 됐다. 이 업무는 국민건강보험공단(건보공단)이 맡고 있다. 각각 처리하던 일을 한곳에서 맡아 효율성을 높이고 보험료를 절감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올해 상반기 건보공단의 관리운영비 사용 실적을 보면 제도의 취지가 무색해진다.

공단이 최근 발표한 2011년 상반기 재정현황을 분석한 결과 관리운영비는 6585억 원으로, 징수 인력이 통합되기 전인 2009년 상반기보다 11.8% 늘어났다. 이 비용은 모두 가입자가 낸 보험료로 충당한다. 관리운영비는 건보공단 직원의 월급과 복리후생비, 업무추진비, 경비를 포함한다.

징수 업무 통합으로 늘어난 인력은 1029명으로, 2009년 당시 건보공단 정원의 9%를 차지했다. 결국 인원은 9% 늘었지만 관리비용은 더 큰 비율로 늘어난 셈이다.

건보공단 지사에서 민원인을 직접 만나는 현장 직원들도 관리 비용 증가를 걱정했다. 강남동부지사의 직원은 “징수업무가 통합된 이후 우편발송비와 출장비를 줄이라는 얘기는 자주 듣지만 실제 관리 경비는 줄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무 통합에 따른 효율을 기대하기는 힘들다는 얘기였다.

현재 통합 징수 업무를 위해 각 공단에서 건보공단으로 새로 배치된 직원의 인건비는 각 공단이 부담한다. 이들의 인건비까지 건보공단의 관리운영비로 잡힌다면 수치는 더 늘어날 것이다.

이를 두고 사회보험 전문가들은 “거대 공룡조직으로 변한 건보공단이 징수 인력 증가를 빌미로 관리운영비 지출을 줄이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현장에서는 “사람을 위해 벼슬자리를 마련하는 ‘위인설관(爲人設官)’이란 말 대신 사람을 위해 돈을 마련한다는 의미로 ‘위인설전(爲人設錢)’이란 신조어도 나오고 있다”는 비판의 소리가 들린다.

건보공단은 “지난해부터 직원 성과급이 늘어 관리운영비도 증가했지만 시간이 더 지나면 징수업무 통합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하지만 건강보험 관리운영비가 재정을 압박할 우려는 여전히 높다. 건강보험 재정은 지난해 말부터 적자폭이 커지면서 빨간불이 들어온 상태다.

위인설전이란 신조어가 떠도는 것은 공단의 책임이다. 업무효율을 높이고 씀씀이를 줄여 더는 이런 말을 듣지 말아야 한다. 건강보험 가입자들은 자신의 보험료가 더 알뜰하게 쓰이길 바란다.

정위용 교육복지부 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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